김성철 파란에너지 대표
김성철 파란에너지 대표

막둥이DR의 탄생을 축하한다. 수요자원시장이 5살이 되는 올해 12월 1일 국민DR이 탄생한다. 큰 형과 다섯 살 터울, 작은 형 중소형DR과 두 살 터울 막둥이가 태어나는 것이다. 국민DR은 계약전력 70kW이하의 점포, 상가 그러니까 우리 주변의 카페나 음식점이 대상이 되었다. 또한 주택용 전기소비자, 아파트의 개별세대가 대상이다. 막둥이DR 답게 전기소비 단위가 가장 작은 막둥이 고객이 대상인 것이다.

전력거래소에서는 국민DR에 ‘에너지쉼표’라는 별명을 만들어 주었다. 음악의 쉼표란 악보에서 음을 멈추고 쉬는 동안의 길이를 나타내는 기호이다. 네이버 검색을 해보면 ‘쉼표’라는 카페가 전국방방곡곡에 많이 보인다. 또 ‘쉼표’라는 블로그가 있어 들어가 보았는데 맛집으로 불리는 음식점들이 소개되어 있다. 카페와 맛집에서 일상의 쉼표를 얻는 것이다. ‘에너지쉼표’는 에너지의 휴식을 위하여 에너지가 잠시 쉬는 시간이다. 카페와 음식점에서 일상의 쉼을 얻고 있는데, 에너지도 그곳에서 쉼을 얻게 한다니 재미있다.

3800개가 넘는 공장과 건물이 참여하며 4.3GW의 가상발전소가 지어져서 똑똑하게 전기를 뿜어내는 수요자원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 100년만의 이상고온과 이로인한 잦은 감축지시 등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긴 했다. 그 와중에도 개선방안 등 제도개선과 사업자나 참여고객들의 노력으로 건강한 방향으로 거듭나고 있어 다행이다. 이제 그동안 참여대상이 아니었던 가정과 소규모 점포, 상가 전기소비자들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3800개 수준이 아니라 수 백 배가 넘는 참여고객이 출현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참여할 수 있는 용량이 너무 소량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거주 349만 가구중 5%가 참여하며 가구당 평균 150W를 참여해도 소규모 열병합발전소 1기인 약 30MW의 가상발전소를 확보한다고 한다. 멋진 이야기다. 가정에서도 150W 참여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보통 가정의 계약전력이 3kW이다. 150W면 5%수준이다. LED 방이나 거실조명 50W 3개다. 일반 선풍기는 약(30W), 중(50W), 강(70W) 정도의 소비전력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얻게 되는 인센티브는 어느 정도일까? 한시간 kW당 1300원을 생각할 때 195원이다. 한해 몇 번이나 감축지시가 발생할지 모르지만 월1회 의무적 감축시험이 있는 것을 볼 때 20시간정도로 따져보면 3900원이다. 3900원 때문에 수요 측 반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까? 이를 홍보하고 중개하는 수요관리사업자의 동기부여는 어떨까? 또한 계량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식승인 전력량계가 설치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부담은 어디서 해결할 수 있을까?

국민DR을 통해 에너지쉼표가 찍어지고 공급과 수요에 최적 밸런스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온 국민이 전기를 단순히 쓰기만 하기보다 스마트하게 소비하므로 수요측 책임자로서 수준높은 역할을 기대한다. 이미 시작된 신 전력산업은 앞으로 ICT, 빅데이터, AI의 옷을 입고 더욱 스마트해진다는 것에 어떤 이견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첫째, 국민DR 수요관리사업자를 양성해야 한다. 정책결정과 신규프로그램의 탄생만으로 시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플레이어가 수익모델을 찾으며 활발하게 활동해야 시장이 생기는 것이다. 귀염둥이 막둥이 DR이 아닌 돈도 안 되는 DR, 골칫거리 DR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초기시장에서 정부와 전담기관이 사업자를 양성하고 견인해 가야 한다. 반가운 것은 시장 초기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전력량계 설치의무 완화, 감축의무량 완화, 고객등록 기간 연장 해준 것이다. 그런 취지를 계속 지켜서 상대적으로 열악할 수 있는 국민DR 수요관리사업자의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고민해결에 배가의 노력을 해주시기를 기대한다.

둘째, 수요관리사업자가 차별화된 수익모델과 사업전략을 갖춰야 한다. 이미 수요관리사업은 단순히 영업만 해서 되는 사업이 아니다. 소비자 패턴을 분석하고 최적 운영방안과 참여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에너지비용 절감 신기술과 방안을 컨설팅 해주어야 한다. 국민DR은 더욱 그렇다. 주택용 고객에 TOU(Time of Use: 계시별)요금제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소비자 선택권이 많아졌다. 감축할 수 있다면 시간대 조정도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국민DR과 유사한 PTR(Peak Time Rebate)을 통해서 TOU요금제를 보완하고 확대하였다. 사업자의 역량에 따라 고객에게 줄 수 있는 효과는 커진다. 상가와 점포도 마찬가지이다. TOU요금제는 물론이고 초과사용부가금 등 적정 계약전력의 문제, 전기설비별 패턴관리, 요금제 선택 및 최적 모자계량 설계 컨설팅과 서비스 연계가 국민DR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곧 태어날 국민DR이 5살이 되어 걸어다니고 뛰어다닐 때, 국민 전기소비자의 선택권은 더욱 다양화될 것이다. 내게 맞는 휴대폰 요금을 선택하고 내게 맞는 운전자 보험을 선택하듯 내게 맞는 전기요금을 선택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똑똑한 선택을 분석하고 찾아주는 전문 사업자들도 실력경쟁으로 고객의 혜택을 키워 줄 것이다. 국민DR은 전기 소비자의 권한과 책임을 갖게 하는 하나의 출발점이다. 참여자들의 사명감과 노력 그리고 사업아이디어를 통해 작은 시작이 전력 수요관리에 커다란 결과를 내기를 바란다. 올 겨울에는 쉼표를 찍으러 온 카페와 음식점의 조명이 갑자기 어두워져도 여유있게 에너지쉼표까지 찍고 오시기 바란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