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패스트 팔로워 아닌 퍼스트 무버 돼야”

“국제적으로도 앞서고 있는 스마트에너지 표준화를 통해 시장을 리드하는 게 목표입니다.”

안준호 한국전기산업연구원 기술정책실장은 최근 열린 ‘2019년 세계표준의 날’ 기념식에서 ‘IEC 1906 어워드’를 수상했다. ‘IEC 1906 어워드’는 1906년 제정된 국제 표준인 IEC를 기념하며, 해마다 국제 표준 활동에 크게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상이다.

안 실장은 IEC 기술위원회인 TC64의 저압설비 분야 국제 표준인 IEC-60364의 8-3 시리즈 표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표준 제안이 통과된 상태로 곧 회원국 투표를 통해 제정 여부가 결정된다. 투표를 통과하면 에너지 프로슈머 개념으로는 최초의 국제 표준이 마련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IEC-60364 8-3은 에너지 프로슈머의 운영에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소비자가 에너지 생산자와 소비 역할을 겸해 보다 효율적으로 에너지 시장을 운영한다는 개념의 현행 에너지 프로슈머 정책은 그동안 한전 등 송‧변‧배전 등 전력망 상단을 중심으로 구축돼 왔다.

그러나 안 실장은 에너지 수용가의 역할이 중요한 에너지 프로슈머 시스템에 발맞춰 새로운 표준을 통해 소비자가 이용하는 저압설비의 운영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그동안 수용가에 저압설비 제조사별로 통일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상호 연계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서비스도 제각각이라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죠. 새롭게 제정을 추진 중인 표준에서는 각 저압설비가 어떤 정보를 공유하고 축적해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발전설비가 에너지관리장치(EMS) 측으로 발전량과 셀정보 등 필수 정보를 반드시 보내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인거죠. 이를 통해 저압설비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한다는 게 큰 목표입니다.”

그는 앞으로 국내 전력산업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퍼스트 무버’로서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의 글로벌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 표준 시장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역할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면 끝이 아니라, 특허와 표준까지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국제 표준이 만들어지면 거기에 맞춰 가는 패스트 팔로워였습니다. 그러나 정부에서도 강조하듯 앞으로는 시장 주도를 위해서라도 먼저 움직여서 표준을 선점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현재 기업들을 보면 표준에 대한 투자와 확신이 부족하죠. 표준을 성과로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도 문제입니다. 각 기업과 기관별로 표준 담당 부서들이 있는데 기피부서로 대부분 불리죠. 진급도 안되고, 인력도 자주 바뀝니다. 이게 문제에요. 10년 가까운 장기적인 관점에서 표준활동을 해야 하는 데 우리는 2~3년이면 사람이 바뀌거든요. 표준을 통해 시장을 리드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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