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많아 실제 구매물량 턱없어…한전 수요예측 실패
전력량계 재고관리 허점 드러나…내년 입찰계획도 미정

한전이 계속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전력량계와 개폐기 등 1400억원이 넘는 전력기자재 재고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삼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바른미래당)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한전이 보유하고 있는 전력기자재 재고량은 227만6290대로, 금액으로 따지면 14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자재별로 ▲개폐기 26개 품목 3331대(208억원) ▲변압기 66개 품목 1만9093대(283억원) ▲전력량계 11개 품목 225만3866대(939억원) 등이 재고로 파악됐다.

재고가 많다보니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개폐기와 변압기의 연간단가 실제 발주물량을 계약물량 대비 20% 이상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입찰공고에는 100을 사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구매한 물량은 70~80선에 머물렀다는 얘기다.

특히 가장 많은 재고를 기록하고 있는 품목은 전력량계다. 전력량계는 7월 이후 계속해서 재고량이 늘고 있다.

11일 기준으로 주택용(Ea타입)의 재고량은 123만187대로 지난 7월(124만2459대)과 비교하면 소폭 줄었다. 상가·공장용 전자식 전력량계(단상 G타입)의 재고량도 25만3114대로 지난 7월(26만1656대)보다 소폭 줄었다. 하지만 3상 G타입 전력량계의 재고량이 19만2273대로 7월(15만7239대)보다 18.2% 가량 증가하며 전체 재고량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해부터 재고량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지난해 10월 184만대에 이르는 전력량계 연간단가 입찰(추정물량)을 시행했다. 올해 11월까지 184만대의 전력량계를 구매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9월까지 실제 구매한 물량은 28.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a타입은 140만대 중 31만대(22%), G타입은 40만대 중 22만대(55%)만 구매했고, G타입 단상(4만대)은 아예 구매하지 않았다.

연간단가 계약만료까지 2달이 남았지만 계약물량과 실제 구매물량간 차이가 워낙 커 남은 기간 동안 한전은 계약물량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계약물량을 믿고 사업을 수주한 업체들은 손해를 보고 있다.

계약업체 한 관계자는 “계약물량이 추정치라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면서 “업체들은 계약물량을 기반으로 단가를 결정해 최저가 경쟁입찰에 나서는데 한전의 잘못된 추정물량 예상에 왜 업체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이는 공기업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현재 전력량계 재고량이 연간수요치를 넘어서고 있어 내년 입찰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맺은 연간단가 계약은 오는 11월에 끝난다. 내년 물량은 늦어도 10월에는 입찰공고가 나와야 하지만 아직까지 한전은 계획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전이 지난해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9285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가운데, 연간수요량을 넘어서는 재고를 떠안고 있어 올해 입찰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 중론이다.

한전이 입찰계획을 발표하고 있지 않자 일부 업체들은 연말부터 휴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나주혁신산단에 내려간 업체들의 경우 2020년도 물량이 없다면 연말부터 휴업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한전이 아직까지 입찰계획을 발표하지 않아 업체들은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협력사와 상생을 외쳐온 한전이 하루빨리 전력량계 구매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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