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개폐기 안전예산·진단건수 모두 줄여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이 된 개폐기를 관리하는 한전 속초지사가 정밀진단 결과 이상이 발생한 개폐기 등의 절반 가량을 그대로 방치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한전은 적자가 지속되면서 수익이 악화되자 개폐기 안전 관련 예산과 진단건수를 모두 줄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소속 윤한홍 의원(마산회원구, 자유한국당)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한 결과, 한전 속초지사는 2017년~2018년 2년간 개폐기 등의 정밀진단 결과 총 487건의 이상을 발견하고도, 이 중 246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특히 개폐기 외관의 안전성을 진단하는 광학카메라 진단의 경우 총 355건의 이상을 발견하고도 조치 건수는 142건에 불과했다.

2017년 정밀진단 결과 이상이 발견된 개폐기를 그대로 방치해 2018년에도 동일한 문제로 이상이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 특히 백도간 구간에 설치된 컷 오브 스위치(COS; Cut of Switch)는 2017년 3월과 2018년 4월 두 차례나 이상 판정을 받았음에도, 2년이 넘도록 방치되다가 2019년 4월에서야 교체됐다.

앞서 한전은 화재의 원인이 된 개폐기의 안전점검 결과 이상이 없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한전의 정밀진단 및 조치결과 등에서 부실이 드러난 만큼,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개폐기를 포함해 한전 설비 전반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를 믿을 수 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게 윤 의원의 지적이다.

또 한전은 개폐기 정밀진단 예산 축소에 따라 정밀진단 건수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전은 정밀진단 예산을 2017년 149억원에서 2018년 129억원으로 축소했다. 그러자 같은 시기에 속초지사의 정밀진단 결과 이상이 발견된 건수도 436건에서 51건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한전은 당기순이익 7조1483억 원에서 당기순손실 1조1745억원으로 경영사정이 급격히 악화됐다.

또 2016년 한전의 개폐기 정밀진단 건수는 총 1056만5000건이었으나 2018년에는 737만8300건으로 대폭 줄었다. 특히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강원도의 광학카메라 진단 건수는 2016년 16만1600건에서 2018년 7800건으로 급감했다.

점검 수선 예산 중 개폐기 진단 예산과 진단 건수가 매년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지난 4월 10일 “개폐기 진단과 관련된 점검수선 예산은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화재책임을 면하기 위한 한전의 변명에 불과하다는 게 윤 의원의 지적이다.

전체 점검수선 예산은 2016년 대비 2019년 약 2100억 원 증가했으나, 설비교체보강 예산은 5610억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교체해야 할 설비를 수선해 쓴 것으로 볼 수 있음에도 한전은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점검수선예산 증가만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전은 점검수선예산이 인건비, 재료비, 관련 경비 등으로 구분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증가된 점검수선예산이 인건비 증가 등을 반영한 것인지, 배전설비의 안전 점검 횟수를 늘렸기 때문인지도 알 수 없다.

윤 의원은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한전은 안전예산도 줄였고, 이에 따라 안전점검 역시 부실해졌음이 입증됐다”며 “한전의 개폐기 등 관리 실태도 믿을 수 없고, 이번 고성 화재 역시 한전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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