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V2X 통한 원격호출, 선행차량과 정보 교환 ‘눈에 띄네’
‘사람처럼’ 보다 목적지까지 ‘안전한’ 운행 목표

10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실시된 5G-V2X(차량·사물간 통신) 기반의 일반도로 자율협력주행 기술 공개시연 행사에서 자율주행차가 구급차에게 통행을 양보하는 모습.
10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실시된 5G-V2X(차량·사물간 통신) 기반의 일반도로 자율협력주행 기술 공개시연 행사에서 자율주행차가 구급차에게 통행을 양보하는 모습.

애플리케이션에서 호출 버튼을 누르자 저 멀리 있던 자율주행차가 내 앞에 멈춰섰다.

기자는 LG유플러스가 10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실시한 5G-V2X(Vehicle to Everything, 차량무선통신) 기반의 일반도로 자율협력주행 기술 공개시연 행사에서 처음으로 자율주행차를 타볼 기회를 얻었다.

이날 LG유플러스가 공개한 자율주행차의 기술 수준은 레벨4 단계다.

각 제조사마다 단계를 구분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국제 자동차 기술자 협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가 나눈 0~5단계(levels 0~5)가 일반적이다.

레벨4는 ‘운전자가 차량 제어에 개입하라는 요청에 적절히 응하지 못하는 상황’에도 스스로 안전한 주행이 가능해야 한다. 복잡한 도심이나 골목, 곡선주행 등 돌발 상황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무인자동차로 통하는 레벨5 이전 단계다.

이날 시연을 위한 자율주행차는 비록 공상과학영화 속에서처럼 멋들어지게 내 발 앞에 멈춰 선 것은 아니지만 원격호출을 통해 주차장까지 갈 필요도 없고, 멀리 주차한 차를 가지러 가는 번거로움도 없었다.

LG유플러스 직원이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율주행차를 호출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직원이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율주행차를 호출하고 있다.

차량 내부는 다소 난잡했다. 레이더 및 GPS 정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태블릿 PC가 조수석과 뒷좌석에 하나씩 배치돼 있었다. 상용화 후에는 차량 내비게이션으로 표시될 부분으로 보였다.

이 밖에도 시스템에러 등으로 제어가 되지 않는 비상 상황에서 차를 멈출 수 있는 STOP 버튼이 대시보드에 설치돼 있었고, 전방인식을 위한 카메라들이 여러 대 장착돼 있었다. 모두 소형화가 가능한 부분이다.

자율주행 시연에 활용된 제네시스 차량.
자율주행 시연에 활용된 제네시스 차량.

다른 기자들과 LG유플러스 직원이 모두 탑승 후 애플리케이션을 조작해 차를 출발시켰다. 부드럽게 출발한 차는 2차선 왕복도로 가운데 2차선에서 속도를 올리다 전방에 비상등을 켠 차량을 발견하고 4~5m 앞에서부터 속도를 줄이며 부드럽게 멈췄다.

5G와 MEC로 빠르게 정보를 받아서 먼저 멈춰선 앞 차량의 카메라 영상으로 스쿨버스 때문에 선 것이라는 안내가 모니터를 통해 전달됐다. 차량 간 통신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5G기반의 5G-V2X를 통해 선행차량 영상을 전송받은 것이다.

다시 출발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거리를 앞에 두고 우회전 차선이 하나 추가됐다.

우회전해야 하는 차는 계속 2차선으로 달리다 우회전을 2~3m 앞에 두고 3차선으로 차선을 바꾼 뒤 거의 동시에 우회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이 운전할 경우 우회전을 미리 염두에 뒀다면 미리 3차선으로 변경한 뒤에 우회전했을 부분이다. 3차선에 차량이 없는 것을 차가 확인한 부분이지만 능숙한 운전으로 보이진 않았다.

우회전 직후 신호등이 없는 짧은 횡단보도에서 지나가던 행인이 예고 없이 급하게 뛰어들자 차량정지선을 거의 정확하게 지켜서 차가 멈춰섰다. 주변 지능형 CCTV로 보행자의 움직임을 주시한 것으로, 적어도 자율주행으로 인해 횡단보도 인근에서 대인사고가 발생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전방에 주행차선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경고에 부드럽게 차선을 변경했다. 사고지점 근처에 가서야 사고를 확인하고 차선변경을 위해 끼어들거나, 늦은 저녁 또는 가시거리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사고를 모르고 주행하다 2차 사고가 발생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다.

잠시 후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뒤에서 접근하자 속도를 줄여 통행을 도왔다. 해당 정보는 내가 탑승한 차뿐만 아니라 5G-V2X를 통해 앞 차량에도 전달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필요시 속도를 줄일 뿐만 아니라 차선 내에서 길을 터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연이 끝나고 차량에서 내리면서 솔직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차에 운전을 맡긴다는 게 익숙하지 않은 데서 나온 긴장감이 풀린 까닭이다.

이날 경험한 LG유플러스의 자율주행차는 사람처럼 상황에 따라 미리 차선을 변경하거나 멀리서부터 횡단보도로 뛰어오는 사람을 인지하고 천천히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 모습이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목적이 사람처럼 운전하는 게 아니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이라면 기대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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