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특정 시기에 생산한 배터리 제품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리콜조치와 정부의 정확한 사고 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금천구)은 배터리 사고의 원인과 정부 조사발표에 대한 추적 조사를 실시해 이 같은 결과를 밝혔다.

이훈 의원에 따르면 LG화학 배터리의 화재사고 총 14건(전체 26건 중 54%)의 제품 모두가 2017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LG화학 중국 남경공장에서 만들어진 초기 물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LG화학 제품 화재 중 2018년 이후에 생산된 제품에서는 단 한 번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만약 열악한 설치환경과 배터리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PCS 등의 문제였다면 2018년 이후 제품에서는 왜 단 한번도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는지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LG화학 배터리가 모두 2017년 2~4분기 중국공장 초기모델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시기 생산된 배터리 제품에 불량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반면 총 9건의 화재가 발생한 삼성SDI의 배터리는 제조일자가 2014년 3분기, 2015년 3분기, 2015년 4분기, 2016년 4분기, 2018년 2분기 등으로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 의원은 민관합동조사위 보고서를 입수해 검토한 결과에서도 배터리 쪽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된 사항을 공개했다.

지난 1월 24일 개최된 민관합동조사위 4차 회의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울산대성산업가스의 발화지점은 배터리 랙으로 지목됐다. 이후 3월 28일 열린 11차 회의에서는 LG화학의 중국 남경 배터리 제조공장 조사를 통해 초기 생산품의 불량률이 높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 밖에도 배터리 양극판 모서리 불일치, 음극판 모서리 접힘·눌림·들림, 배터리 노칭(Notching) 불량이 확인됐다.

이 의원은 “민관합동조사위에서는 배터리 및 배터리 보호시스템이 화재 원인으로 집중돼 있었지만, 정부는 조사결과 발표에서 화재원인에 대해 여러 주변상황을 뒤섞어 발표해 결과적으로 배터리 제조사에게 면죄부를 준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ESS 설비 화재로 피해를 입은 발전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훈 의원은 “LG화학 등 ESS배터리 제조 대기업들은 사고 책임을 알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화재피해에 대한 보상과 책임을 소홀히 했다”면서 “발전사업자들은 보험회사와 배터리 제조사들 사이에서 책임회피 ‘핑퐁’을 당하는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훈 의원은 조사과정에서 LG화학에게 2017년에 생산된 ESS배터리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요청했지만 아직 LG는 관련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LG화학 내부에서도 리콜을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리콜을 진행할 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판매된 물량까지 리콜을 진행해야 해 약 1500억원의 추가비용과 신인도 추락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12월까지 자신들이 실험을 진행해 원인분석을 더 꼼꼼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LG화학 자발적 리콜과 관련해서는 민관합동조사위에서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이훈 의원실은 조사과정에서 민·관합동위 위원들 사이에서 LG화학 배터리의 문제가 있으니 정부 차원에서 리콜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이는 조사위 활동결과 발표 시 공개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정부의 합동조사결과 발표는 배터리 결함으로 집중돼 지목된 결과를 올바르게 전달하지 않았다”며 “산업부의 어정쩡한 사고조사 발표가 일을 키우는 도화선으로 작동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LG화학은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서 사건을 은폐하고 물밑에서 합의를 종용해서는 안 된다”며 “특정시기 생산된 관련 배터리가 전국에 198개소나 더 있는데, 지금이라도 자발적인 리콜을 진행하는 것이 당장의 손해보다 미래의 신뢰와 세계시장을 점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훈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산업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집중적으로 따져 묻고 LG화학의 자발적 리콜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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