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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희 교수의 금요아침)전전화(全電化)를 추진하자
전전화(全電化)를 추진하자. 모든 에너지 소비를 전기로 하자. 냉방이야 이미 전기로 하니, 최근 확산하고 있는 전기취사를 전면적으로 보급하고, 온수(급탕)과 난방을 전기로 전환하면, 꿈의 에너지 상태인 전전화에 이를 수 있다.
의문을 잠시 미루고 장점을 살펴보자. 전전화가 되면 전력망 혹은 에너지 시스템 전체 관점에서 여러 가지로 좋다. 가령 부하가 유연해져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운영이 쉬워진다. 전기차와 시너지 효과도 있으며, 수요반응, 분산발전, 에너지 저장 등에도 도움이 된다. 최소 수요를 키우고, 최대 수요를 낮추니 전력망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전기화는 유해입자도 줄이고 에너지 가격 변동 폭을 완화한다. 국가경제를 성장시키고, 무역수지를 개선시키며 에너지 비용도 줄여 준다. 공정의 전기화로 생산품의 품질이 개선되고 소비자의 에너지 경험도 향상시킬 수 있다.
전전화의 시작은 전기취사다. 이미 집에서 ‘불·칼·도마’가 사라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2018년 ‘부엌의 종말(Is the kitchen dead)’이라는 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집에서 조리하는 일이 줄어들어 결국 부엌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비용 절감, 물류 개선 및 생활방식 변화로 이미 배달 플랫폼이 제공하는 음식은 메가트렌드가 되었고 시장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고 있다. 글로벌 음식배달 시장은 현재 42조 원에서 2030년에는 10배 커진 396조 원 규모가 될 것이 예상된다. 현재 집에서 요리하는 대부분의 음식은 2030년까지 배달전문 식당이나 중앙집중식 주방에서 배달될 가능성이 높다. 식당은 공장이 될 것이고, 가스와 셰프, 손맛 대신에 전기와 로봇, 그리고 AI가 음식을 만들 것이다.
동시에 반조리식품의 성장도 부엌의 종말을 촉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식품기업은 2018년 반조리식품으로 2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나머지 식품사업 매출 5조 원의 40%에 달했다. 향후 장기간 30% 이상의 높은 성장도 예상된다.
이런 새로운 상황으로 인해 조리설비는 재창조될 것이고, 건물과 주택도 판이하게 달라져 조리하는 부엌은 사라질 것이다. 부엌의 종말은 부엌을 상징하는 불, 즉 가스레인지의 죽음이다. 더불어 도시가스도 사라질 것이다.
취사가 전기화되면, 도시가스 소비자들에게 대안이 열린다. 전전화를 선택해도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전기취사에 의하여 도시가스의 ‘유일한 취사용 연료로서의 독점권’이 해체되고 전기화로 향한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전화 추진에 남은 관건은 온수와 급탕용 히트펌프다. 히트펌프는 열을 이동시키는 장치다. 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위치만을 옮기므로, 같은 에너지로 5배(COP 5) 더 열을 모을 수 있다. 그래서 히트펌프 효율은 가열방식보다 월등히 높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히트펌프에 대해 나쁜 경험을 했다. 효율이 나쁜 초기 히트펌프 기술로 고생을 겪었고, 대신 지열 방식과 수열 방식을 내세웠으나 한계가 있다. 몇 년 전에는 혁신적인 성능을 가진 공기열원 히트펌프 기술을 개발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것이 우리가 히트펌프를 나쁘거나 못 믿을 놈으로 오해하게 된 이유다. (그러나 일본은 20년 전에 이미 상용화했고, 유럽, 미국 그리고 중국도 널리 사용하고 있다. 이제라도 실패한 자들의 변명과 방해를 치우고, 새로운 도전을 서두를 때다.)
일본에는 에코큐트가 있다. 에코큐트는 CO2 냉매를 사용해서 공기 중의 열을 COP 5 이상의 성능으로 옮기는 고효율 공기열원 전기 히트펌프다. 실제 사용해보니 소비자는 가스방식을 쓰던 때보다 비용을 1/4로 절감할 수 있었다. 2001년 개발했는데 불과 10년 만에 520만 대를 보급해 전전화 주택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략 연간 4조 원 이상의 전전화 신산업이 창출된 것이다.
에코큐트라는 고성능 히트펌프 급탕기는 일본의 전력사와 대형 주택 건설사로 하여금 전전화 아파트를 적극 보급하도록 만들었다. 신규 아파트의 전전화율은 이미 70~80%를 넘었다. 향후 전기취사와 전기 히트펌프 온수 급탕기(에코큐트)를 더 싸고, 고효율 소형화해서 21세기 중에 전전화 주택 100%를 이루는 것이 일본 전력회사의 비전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전전화 추진의 적기다. 전기취사와 공기열원 히트펌프로 난방, 급탕 및 열 시장에서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이 복점 상태로 있는 현재의 균형을 흔들고 새로운 혁신을 일굴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전전화는 엄청 좋다. 소비자는 절반 이하의 비용으로 난방과 온수를 해결할 수 있다. 전력사는 재생에너지를 보다 쉽게 수용할 수 있고, 부하율을 높여 전력망 효율을 개선할 수 있으며, 비용 추가 없이 수익을 키울 수 있다. 정부는 신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도 줄일 수 있다.
이제 추진에 필요한 정책과 제도, 지원 프로그램 등을 잘 준비하면 된다. 연구 개발 지원과 시범사업, 전기요금 제도, 수요반응 프로그램 및 전력시장, 전전화 확산을 위한 인센티브, 건물 에너지 규정 및 표준 등을 살펴 주택 및 건물 전전화의 타당성을 높이면 성공할 수 있다. 2015년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에서 우리나라 가정이 가스와 열로 소비하는 에너지 비중이 58%를 차지했다. 이는 전전화 추진으로 전력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전력소비 둔화와 성장 정체를 해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전전화를 망설일 이유가 무엇인가?
작성 : 2019년 10월 01일(화) 11:00
게시 : 2019년 10월 03일(목) 14:24


홍준희 가천대학교 에너지IT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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