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한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이 다국적 승강기업체 쉰들러그룹과 파생금융상품 손실을 두고 벌인 소송에서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2심 법원이 판결했다.

1심은 현 회장 등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일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14부(남양우 부장판사)는 쉰들러가 현정은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 1천700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 전 대표도 이 가운데 19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소송은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가 현대 측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함으로써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원 가까운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 소송에서 문제가 된 파생금융상품은 현대상선[011200]의 주가 추이에 따라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나눠 갖고, 주가가 떨어지면 회사 측이 손해를 보는 구조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쉰들러 측은 2014년 초 현대엘리베이터 감사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을 요청했으나 감사위원회가 답변하지 않자 주주 대표소송을 냈다.

주주 대표소송은 회사의 이사가 정관이나 임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실을 초래한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쉰들러 측은 "현대 측이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현대상선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로 하여금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게 함으로써 거액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해왔다.

1심 법원은 현 회장 등 경영진의 파생금융상품 계약이 정상적인 경영상 행위라고 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으나, 항소심에서 이 판단이 일부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영권 유지'가 목적이었다는 쉰들러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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