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코스닥 상장사 비츠로시스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지난 4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으로써 비츠로시스는 1989년 설립 이후 30년 만에 주인이 바뀌게 생겼다. 16일 현재 비츠로시스는 우선매수권을 가진 수의계약자를 선정한 뒤 다시 공개입찰에 부치는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 중이다.

비츠로시스는 장순명 전 명예회장이 세운 비츠로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다. 1955년 장순명 회장이 설립한 광명전기제작소를 모태로 출발한 비츠로그룹은 2007년 동생인 장순상 비츠로테크 회장이 합류하면서 현재 비츠로테크·비츠로이엠·비츠로셀·비츠로밀텍 등 테크 계열과 비츠로시스·비츠로씨앤씨·비츠로미디어·비츠로애드컴 등 시스 계열로 분리됐다.

하지만 장순명 회장의 아들인 장태수 회장이 시스계열을 물려받은 후 계열사의 경영난에 따른 채무변제 등으로 자동제어 분야의 강자였던 비츠로시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관계사인 비츠로애드컴과 비츠로미디어 등의 무리한 사업확장과 유동성악화에 따른 기업회생절차의 길을 밟은 비츠로씨앤씨 등에 발목이 잡히면서 한때 연결실적 1500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한 구(舊) 비츠로그룹은 사실상 와해됐다.

장순명 회장은 사재를 털어가며 핵심 계열사인 비츠로시스를 지키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관계사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자금난이 뼈아팠다. 현재 비츠로시스는 일부 투자자 등 채권단의 손에 넘어갔고, 오너인 장 회장은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우리나라 전기 산업의 초창기에 광명전기, 비츠로시스, 비츠로테크, 비츠로셀 등의 상장기업을 키워내며 비츠로그룹을 탄생시킨 원로의 한 세대가 저물어가는 모양새다.

지금은 장순상 비츠로테크 회장을 필두로 차남인 장택수 비츠로이엠 대표 등이 테크계열을 기반으로 신(新) 비츠로그룹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비츠로셀의 리튬일차전지는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될 만큼 성장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기·에너지업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성장잠재력이 컸던 비츠로의 운명은 이제 장순상 회장의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 전력산업계에도 100년 기업이 탄생하길 바라면서 새로운 시대의 비츠로그룹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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