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나이 40세를 불혹(不惑)이라고 표현했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는 나이(四十而不惑)’로 본 것이다.

그만큼 사람 나이 40대는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소신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때다. 적어도 공자가 말씀하셨던 그 시대에는 그랬나보다.

하지만 요즘 40대에 불혹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직장 내에서는 임원들과, 치고 올라오는 후배 사이에 끼여 어정쩡한 위치에 놓여 있고, 가정 내에서도 입시준비에 한창인 자식들과 무서운 ‘마눌님’에 끼인 주변인에 불과하다.

40대인 필자의 경우도 학교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면 희망찬 얘기보다는 직장에서의 고민, 집값문제, 대출문제, 자녀들 학업·진학문제 등 우울한 얘기가 주를 이룬다.

독자 중에서는 40대의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냐고 항의(?)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거 공자가 살아계셨던 시대의 40대 상황과 현재 40대의 상황은 너무나도 다르다는 점이다.

최근 통계청은 ‘8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40대의 고용률을 전년 대비 0.2% 하락한 78.5%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9개월째 하락한 것이며, 특히 지난달에는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40대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취업자수 동향은 더욱 처참해 2015년 11월 이후 46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불혹(不惑)은 고사하고, 먹고살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영혼까지도 팔아야 하는 위기상황에 놓인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의 주축인 40대의 이런 충격적 결과는 제조업 악화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제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로봇, 무인화, 자율주행 등으로 대변되는‘자동화의 흐름’이 국내 노동시장에도 불어 닥치면서 40대 노동력을 실업자로 내몰고 있다.

문제는 40대의 실업을 정부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정부 재정은 대부분 60세 이상의 노인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60세 이상의 취업자수 증가폭은 39만1000명에 달했고, 이중 65세 이상은 23만7000명이나 늘었다. 올해 노인 일자리는 61만개에서 74만개까지 더욱 확대한다고 한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40대를 취업시키든, 60대를 취업시키든 늘어난 일자리 수는 똑같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자리 1개 당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60대 일자리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60대 이상의 고령 일자리 정책을 포기하고 대신 40대 취업문제에 집중하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한창 일해야 할 40대의 나이에 일자리나 기술이 없어서 고민하는 일만은 없도록 창업지원이나 이직, 재취업 등에 대한 정부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40대도 불혹(不惑)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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