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국회의원
김성환 국회의원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를 보며 우리 경제가 대외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GDP의 무역 비중이 약 80%로 일본의 두 배가 넘는 무역중심국이기에 당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세계 어느 선진국보다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기민하게 수용하여 변화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최근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변화를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RE100 캠페인에 가입한 세계적 기업들이 193개를 넘어섰다. 소수 유별난 기업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BMW, 나이키, 네슬레, GM 등 누구나 알만한 대표적 글로벌 기업들이다. 심지어 구글, 애플 등은 2019년 현재 이미 100%를 달성했다.

세계적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의 반증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 열린 총회에서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보고서는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평균온도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막지 않으면 파국적인 결과가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50년까지 세계 전력의 70~85%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RE100을 약속한 기업들은 자신들의 변화에서 멈추지 않고,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납품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우리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애플이 반도체를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BMW가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는 LG화학과 삼성SDI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이 소위 ‘뉴 노멀’(New Normal)로 여겨지는 시대가 바로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직접 설비를 구축하거나 녹색요금제·인증서구매제도·전력구매계약 등의 제도를 통해서 재생에너지 전기를 조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관련법과 제도가 없어 현재 자체 설비 구축만 가능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기 100% 조달을 약속하면서, 그 대상 지역에 북미·중국·유럽을 포함시키고 정작 국내를 제외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산업부는 기업들의 RE100 이행 기반 구축을 위해 하반기에 녹색요금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녹색요금제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원하는 기업에게 한전이 프리미엄 요금제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재생에너지 전기 소비 인증을 해주는 제도이다. 녹색요금제 도입은 환영하지만, 녹색요금제만으로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를 맞추기에 충분하지 않다. 특히 RE100 기업들의 최근 추세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장기고정가격계약을 통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회피할 수 있는 자율적인 전력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재생에너지 전기 조달을 원하는 기업들과 개별 계약을 통해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PPA법(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7월 29일 발의했다. 법안 발의 후에 전자·IT업계의 대표단체인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뿐만 아니라,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에너지 전문가 단체인 에너지전환포럼이 개정안에 대한 공개 지지의사를 밝혔다. 기후 위기의 엄중함에 기업과 환경단체와 전문가가 한 목소리로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가진 창의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체결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기후 위기 극복에도 기여하고, 수출 경쟁력도 유지하고,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도 기여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류와 우리 기업의 생존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PPA법에 대한 기업․시민․시민사회․언론의 관심과 지지를 기대해 본다.

국회의원 김성환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