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가 비구름에 가려져 있다. (제공: 연합뉴스)
롯데월드타워가 비구름에 가려져 있다. (제공: 연합뉴스)

롯데그룹이 전방위적으로 시련을 겪는 모양새다. 새로운 주력 사업 분야인 화학은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그룹의 전통을 잇고 있는 유통 분야는 ‘일본 기업’이라는 낙인 아래 불매 운동 대상으로 전락했다.

◆ ‘뉴 롯데’ 핵심 롯데케미칼 ‘지구촌이 도움이 안 돼’

신동빈 회장이 공식적으로 천명한 ‘뉴 롯데’의 핵심인 화학이 글로벌 변수에 의해 휘청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미국-중국 무역 전쟁, 국제유가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 등에 영향을 받았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34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6%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조346억원으로 6.8%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2712억원으로 53.1% 감소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올해 상반기는 미-중 무역 전쟁, 국제유가 변화 등 대외적인 변동성이 증대했다”며 “주요 제품의 수요 회복 증가세가 둔화하며 지난해 대비 수익성이 다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업계 경쟁자인 LG화학과 수위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두 기업의 경영 방식은 서로 다르다. LG화학이 기초화학과 함께 배터리, 바이오 등으로 ‘다변화’를 꾀한다면 롯데케미칼은 사실상 기초화학에 ‘올인’하고 있다.

글로벌 석유 시장이 호조를 보일 때는 롯데케미칼 또한 순항했다. 2016년 화학업계가 유가 하락에 따른 스프레드(원료와 최종제품의 가격 차이) 확대로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화학 분야 사세를 확장한 롯데케미칼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통의 강호 LG화학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석유 시장은 기업의 역량만으로 통제할 수 없는 곳이다. 대한민국이 개입할 수 없는 국가 사이의 갈등 구조, 여기에는 늘 미국이 자리한다.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 미-중 무역 전쟁,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 등은 언제나 ‘절묘한 타이밍’의 필요성을 불러왔다.

하지만 최근 석유 시장은 ‘아쉬움 타이밍’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정제마진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원료를 들여오는 가격에 비해 제품 가격이 높지 않아 불황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B2B(Business to Business) 사업 확대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는 롯데케미칼은 이미 미국,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에 제조 법인 설립을 했거나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정제마진이 악화하더라도 사실상 포기할 수 없는 분야가 됐다.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타이탄의 사례에서 국제 변수에 따른 결과를 짐작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수입 물량 유입에 따른 주요 제품의 공급 과잉, 이슬람 국가의 6월 연휴 영향으로 수익성이 부진했다.

일단 롯데케미칼은 하반기 전망에 대해 “중국 경기부양책 효과의 가시화에 따른 수요 개선과 주요 제품의 성수기 진입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면서 “올해 상반기 준공한 미국 에탄분해시설(ECC)과 에틸렌글리콜(EG) 공장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가동되며 수익성 개선에 일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유니클로 제품 배송 거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 연합뉴스)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유니클로 제품 배송 거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 연합뉴스)

◆ 롯데는 ‘한일 혼혈’ 이미지…불매 운동 직격탄

한일 무역분쟁으로 인해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면서 롯데는 단숨에 직격탄을 맞았다. 인터넷과 SNS상에서 롯데를 겨냥해 “사실상 일본 기업이니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선 롯데그룹은 일본에서도 사업체를 크게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야구단을 예로 들 수 있다. 한국의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일본에서는 치바 롯데 마린즈가 있다. 지금은 은퇴한 이승엽이 2004년 일본에 진출한 뒤 몸담은 첫 팀이다.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은 경상남도 울주군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켰다. 시게미츠 타케오(重光 武雄)라는 일본식 이름도 있다.

아들인 신동빈 회장과 그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은 일본 국적을 가진 바 있다. 물론 지금은 한국 국적이지만 일본의 정체성이 진한 인물들이다. 신동빈 회장은 시게미쓰 아키오(重光 昭夫),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시게미쓰 히로유키(重光 宏之)라는 일본식 성명이 있다.

여기에 불매 운동의 대표 대상으로 떠오른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은 모두 롯데가 지분에 깊이 관여했다.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유통하는 FRL(에프알엘)코리아는 롯데쇼핑이 49%, 일본 유니클로 본사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다. 무인양품도 롯데상사와 일본의 양품계획이 각각 40%, 60%의 지분을 투자해 설립했다.

하지만 한국 롯데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3만 명의 한국인을 직원으로 채용해 국가 경제에 일조하고 있으며 일본 롯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국내 기업”이라는 항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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