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g의 가벼움, H13등급 헤파필터 장착

모온의 오비큠 청소기.
모온의 오비큠 청소기.

모온(대표 문재화)에서 내놓은 무선청소기 ‘오비큠’은 ‘장난감’이다.

다이슨이나 LG코드제로 같은 무선 청소기 특유의 묵직한 느낌도 없고, 먼지를 빨아들이는 헤드는 손바닥 크기인데다, 설명서를 보지 않고도 분해와 조립이 가능할 정도로 단순하다. 그야말로 장난감 같은 모습이다.

‘정말 이래서 청소가 되는 걸까?’ 하며 일단 사용기를 작성하기 위해 제품을 받아왔다.

집에는 2년 전 블랙프라이데이 때 30만원에 해외직구 한 다이슨 V6앱솔루트 헤파라는 안방마님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상황.

무선청소기라는 포지션이 겹치는데 오비큠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의문이 들었다.

다이슨과 오비큠의 투샷. 오비큠, 괜찮겠니?
다이슨과 오비큠의 투샷. 오비큠, 괜찮겠니?

다이슨 청소기는 분명 집 청소에 있어 혁명적인 제품이다. 선이 없고 언제라도 쉽게 뽑아서 어디든 청소할 수 있는데다 강력한 흡입력은 주변 사람들에게 두 번 사라고 권할 만한 제품이다.

그러나 오비큠은 다이슨에 의문을 품게 했다.

‘머리카락 한 올을 훔치기 위해 2㎏이 넘는 청소기를 도킹스테이션에서 들었다 놨다 하는 일이 정말 편했을까?’,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써온 건 아닐까?’.

관계자가 추천해준 말처럼 오비큠은 ‘서브청소기’라는 포지션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였다. 손흥민 같은 선수 11명으로 축구팀을 꾸릴 수 없는 것처럼 오비큠은 ‘주 청소기’와 ‘서브 청소기’의 영역을 명확히 나눠 활약했다.

오비큠의 장점은 ‘장난감’ 같다는 점이다.

오비큠의 헤드는 일반 청소기들보다 최소 반뼘 정도 작다. 이렇게 작아도 되는지 의문이 들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작은 틈이나 구석도 청소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청소기도 툴을 교체하면 구석구석 청소할 수 있지만 창문틀 등에 맞춰 나온 그 툴과는 의미가 달랐다.

단순한 디자인의 도킹스테이션.
단순한 디자인의 도킹스테이션.

여기에 900g이라는 가벼움은 언제든 청소기를 뽑아 들도록 만든다. 꼽으면 충전되고 뽑으면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한 디자인의 충전용 도킹스테이션도 한몫한다.

‘흡입력도 다이슨 뺨치는 정도!’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이슨V11기준 90만원이 넘는 청소기의 성능을 25만원대 오비큠에 바라는 건 도둑 심보다.

그러나 집에서 갑자기 돌을 빨아들여야 하는 게 아니면, 오비큠의 흡입력은 먼지, 머리카락 등 용도에 걸맞은 수준의 흡입력을 보인다. 여기에는 흡입구 하단에 긴 고무를 덧대, 먼지나 머리카락을 놓치지 않고 흡입구로 모아주는 아이디어가 한몫했다.

2시간 30분에 걸쳐 완충한 뒤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인데, 오비큠으로 한시간 청소할거면 그냥 메인 청소기를 꺼내길 권한다.

헤파필터는 공기청정기 수준의 H13등급으로, 미세먼지를 99.95% 걸러준다.

오비큠의 분해는 정말 쉽다.
오비큠의 분해는 정말 쉽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분해과정은 정말 쉽다. 이는 먼지필터를 비롯해 제품 자체의 청소도 쉽다는 얘기다. 손만 대도 전자제품이 망가지는 기계치가 아니라면 직관적으로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어느 제품에나 그렇지만 단점도 있다. 오비큠의 경우 헤드의 움직임이 제한적이다. 고급 청소기들처럼 갑자기 오른쪽에 목표물을 발견해서 90도 커브를 틀며 청소를 하는 퍼포먼스는 어렵다는 얘기다. 장난감 오비큠을 그냥 들어서 놓는 게 더 빠르다.

정리하자면 오비큠은 좋은 청소기다. 약 25만원에 달하는 가격대의 서브 청소기라는 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다른 제품들이 100만원을 호가한다는 걸 보면 세컨 청소기가 25만원대인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집이 좁아서 고가 청소기를 쓰는 건 부담되지만 무선청소기는 쓰고 싶은 원룸족이나, 집이 넓어서 청소기 한 대로는 커버할 수 없는 넓은 집이라면 어울릴 만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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