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원시적 축적’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최초의 자본을 형성하는 것이다. 산업화 내지 경제성장의 첫 번째 스텝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대한민국은 자본의 원시적 축적이 불가능했다. 오로지 노동력만 풍부했던 나라에서 군사정권이 해외자본 차입에 적극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72~1976)은 수출 중심 구조의 원형을 만들었다. 2차 계획에서 철강·화학·기계 등 중화학공업 육성에 시동을 건 대한민국은 3차 계획에서 중화학공업화를 선언했다. 너무나 가난해서 내수 소비만으로 경제성장을 도모 내지 지탱할 수 없었던, ‘잘 살아보고 싶었던’ 이 나라는 수출에 모든 걸 올인했다. ‘한강의 기적’은 그렇게 시작됐다.

3차 경제개발 계획이 종료된 지 43년이 지났고, 우리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당당히 성장했다. 그리고 우리 경제가 여전히 수출로 먹고 사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건 국민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상품수출 중 제조업의 비중은 80%를 상회한다.

○…전기산업 수출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째 120억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연 초 나온 올해 국내 전기산업 예상 생산액은 42조원, 수출액은 134억달러(약 15조7600억원) 규모다. 지난해보다 생산은 1.2%, 수출은 4.1% 각각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 같은 수출 예상치는 빗나갈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고압케이블과 변압기, 차단기, 태양광 모듈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5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작년보다 5.4%나 감소한 49억달러에 그쳤다. 수년 전 설정한 2020비전(2020년 200억달러 수출)도 무색해졌다. 전기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도 7개월 연속 감소세다.

그렇다고 전기산업의 글로벌화, 수출 산업화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수로만 기업들이 먹고 살기엔 불가능하고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단체들과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전기조합은 이례적으로 변압기 업체들과 지난 3~5일 중국의 변압기 공장을 다녀왔다.

전기산업진흥회는 17일부터 역대 첫 해외전시회를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고 있다. 150개가 넘는 국내 기업이 참가하고 있다. 신남방정책과 동남아지역 요충지로 꼽히는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에서 우리 기업의 새로운 수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40년 전 국가주도형 자본주의적 계획경제가 빛을 발하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 중 하나는 내수침체와 저성장을 벗어날 효과적 출구전략이 바로 수출이란 점이다.

물론 수출 규모에 걸맞은 내수시장 확대도 절실하다. 견고한 내수시장은 기초 체력, 우리경제의 펀더멘탈을 강하게 하는 것과 같다.

40년 전 외쳤던 ‘수출만이 살 길’ 정도는 아니더라도, 글로벌 시장 확대는 성장을 견인하는 엔진이라는 것까지 부정하긴 어렵다. 전기산업계의 새로운 도전들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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