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중국에서 친한 두 친구가 사소하게 다퉜지만 위 한마디로 싸움이 끝났다는 일화가 있다. 아Q정전의 작가인 루쉰은 그만큼 중국 내에서 사적신뢰와 명예의 대명사다. 중국은 사회통제가 심한 국가임에도 사적 신뢰도 뿐 아니라 정부 신뢰도도 높은 편이다. 국가 신뢰도를 볼 수 있는 에델만 신뢰지표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정부 신뢰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다.

한국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어떨까? 적어도 ESS 산업과 관련해서는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11일 ESS 화재원인 조사 결과와 안전대책, 산업 활성화 대책을 함께 발표했다. 화재사태로 위축된 ESS 성장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단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새로운 분야의 수요 창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REC 가중치 적용을 6개월 연장하고, 사용전검사 개정사항을 우선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단체보험을 개발해 보험료 인하 방안 또한 추진하고, 가정용ESS, 전기차 충전용 ESS 등을 신규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업계는 개점 휴업했던 ESS 사업을 다시 재개하기 위해 기지개는 펴고 있지만 당장 경제성이나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 시장을 예의주시할 뿐이다. 실제 ESS 업계는 대형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아직 경색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파르게 올라버린 보험료는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화재에 대한 불안 또한 완전히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정부 대책이 나왔다고 해서 아무것도 증명된 것은 없기 때문에 당장 보험료가 내려갈 가능성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결국 ESS업계에서 정부 신뢰도를 회복하는 방안은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방법 뿐이다. ESS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결국은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들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기보다는, 업계의 의견을 골고루 청취하고 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ESS 업계의 정책 신뢰도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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