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속설 ‘업황에 장사 없다’ 부정적 적중…금호석유화학 유일한 ‘순항’

 현대케미칼 혼합자일렌 생산공장 전경(제공: 연합뉴스)
현대케미칼 혼합자일렌 생산공장 전경(제공: 연합뉴스)

석유화학 기업의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이 암울하다. ‘업황에 장사 없다’는 업계 속설이 야속하리만큼 들어맞는 모양새다.

정유업계는 최근 3~4년의 호황기를 벗어나 고난의 행군이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정제마진이다. 과다한 공급에 비해 수요는 떨어져 필연전으로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현실이다. 에너지 다변화 현상에 발맞춰 기초화학 분야에 진출했지만 제품 가격 약세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전망은 발표하는 금융사마다 각각 다르지만 내림세는 공통분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4365억원이다. 이는 1년 전보다 48.7% 감소하는 기록이다.

신한금융투자의 전망은 더욱 박하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을 3707억원으로 내다봤다.

S-OIL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복합석유화학시설 준공기념식을 열었다. 그 정도로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 의지가 강하지만 2분기 전망은 암울하다.

KB증권 백영찬 연구원은 “S-OIL의 2분기 매출액은 5조6691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늘겠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줄고 영업 손실은 562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전분기 및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적자로 전환해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연구원은 “석유사업은 영업적자 145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휘발유 가격 약세로 인한 정제마진 하락, 5~6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부정적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 효과 발생 등이 석유사업 실적 부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도 SK이노베이션·S-OIL보다는 낫지만, 속사정은 마냥 좋지 않다. 영업이익은 흑자가 예상되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그 폭이 좁을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에 따르면 GS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4339억원이다. 컨센서스와 비교해 21.6% 낮은 수치다.

화학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업계 1·2위를 달리고 있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4249억원과 3561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9.5%와 49.2% 감소한 수치다.

‘업황에 장사 없다’는 말은 결과적으로 정제마진으로 귀결되는 논리다. 국제유가는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로 유가가 오를 가능성이 컸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존재로 인해 그 효과가 약해졌다. 여기에 미국-중국 무역 전쟁,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 등으로 유가가 오를 원동력을 상실했다.

국내 기업이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할 수 없는 노릇인 만큼 불리한 상황에서는 단지 방어적인 자세로 일관해야 하는 운명이다.

현 상황은 유가가 상대적으로 비쌀 때 원료를 들여와 유가가 내렸을 때 제품을 판매해야 하니 마진을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석유화학사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이 유일하게 ‘맑음’ 기상도다. 금호석유화학은 2분기 영업이익이 약 14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은 1535억원이지만 당시에는 호황기였다. 현재와 같은 불황기에 이 정도 수치는 충분히 호평을 받을 만하다는 전언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주력 제품인 합성고무 시황이 좋다. 또 비스페놀에이(BPA)도 중국에서 수요가 늘어 호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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