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1호기 특조 중간발표…“한수원, 열출력 초과 불구 정지 안 해”

24일 오전 10시 전남 영광군 소재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손명선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장이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브리핑하고 있다.
24일 오전 10시 전남 영광군 소재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손명선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장이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브리핑하고 있다.

한빛 1호기 열출력 급증 사건이 원자로 조종 감독 면허자의 지시‧감독 없이 무자격 정비원의 조종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4년 만에 바뀐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에 대해 원자로차장이 교육을 받지 않았고 반응도 계산을 잘못한 사실도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엄재식)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원장 손재영, 이하 KINS)은 24일 오전 10시 전남 영광군 소재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지난달 20일부터 실시해온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브리핑을 진행한 손명선 원안위 안전정책국장은 무자격 정비원의 원자로 조종과 운영기술지침서 미준수 등 원자력안전법 위반 사항과 경위,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손 국장은 “원안법 제84조에 따라 원자로는 원자로 조종 면허자가 운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원자로 조종 감독 면허자의 지시·감독을 받아야 한다”면서 “특별사법경찰은 제어봉 제어능 시험 중 무자격자인 정비원이 원자로 조종 감독 면허자의 지시·감독 없이 제어봉(원자로)을 일부 조종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원안법 제26조에 따르면 한수원과 그 종업원이 원자로를 운영할 시에는 운영허가 시 원안위에 제출하고 승인받은 운영기술지침서를 준수해야 한다”며 “지침서상 노(爐)물리시험 중에는 열출력 5% 초과 시 즉시 원자로를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한수원과 그 종업원은 열출력이 5%를 넘은 상황에서 원자로를 즉시 정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수원 측은 2차 측 열출력값을 운영기술지침서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값이 5%를 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차 측 열출력값도 5%를 초과한 사실이 확인됐다.

원안위의 경위 보고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오전 3시 한빛 1호기에서는 붕소희석법·제어봉교환법으로 제어봉 제어능을 측정하는 과정 중에 제어군 B 내 위치 편차가 생겼다. 이를 조정하고 시험을 재수행하기 위해 오전 10시 13분 제어군 B를 인출하는 중 제어봉 하나(M6)가 고착됐고 제어군 B를 삽입·인출(24단→0단→12단)하며 M6 고착 해소를 시도했다.

12단 편차 해소를 위해 100단까지 인출 후 가압기 압력이 높은 것이 감지돼 경보가 발생했다.

노외핵계측기 기준 열출력은 ▲오전 10시 30분 30초 0.0% ▲오전 10시 30분 57초 5.7% ▲오전 10시 31분 42초 18.1%까지 상승했다.

이때 운전원이 아닌 정비부서 정비원이 제어봉 인출을 수행했다.

또 원자로차장은 반응도 계산 결과 제어봉을 100단까지 인출해도 과다출력 등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과도한 인출로 열출력이 급상승했다.

손 국장은 “반응도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원자로차장에 의한 인적 오류”라고 설명했다.

이후 오전 10시 31분 경보음 발생으로 제어군 B를 삽입(100→38단)했고 증기발생기 고-고(高-高) 경보가 발생하자 10시 32분 보조급수펌프가 자동 기동됐다.

원안위에 따르면 원안위와 KINS는 지난달 10일 오전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한빛 1호기에서 기동 중에 보조급수펌프가 작동한 사건을 보고받은 이후 초기 조사에서 한수원이 수동정지했어야 함에도 이를 위반한 정황을 확인하고 당일 수동정지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계속된 KINS의 사건조사 과정에서 무자격자가 원자로를 운전한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지난달 20일부터 특사경을 포함하는 특별조사로 확대실시해왔다.

한수원 대신 원안위가 정지 조치한 이유에 대해 손 국장은 “한수원이 기동정지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운영기술지침서 등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원안법 제27조에 의해 (원안위가) 정지를 지시할 수 있다”며 “KINS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열출력이 18%가 넘는 것을 확인해 원안위에 보고한 후 한수원과 KINS의 종합적 의견을 청취해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한빛 원전 내 근무환경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약 13시간 동안 제어봉 시험을 진행하며 8시간 단위로 3개 근무조가 참여했지만, 근무자 교대 시마다 수행해야 하는 중요작업전회의는 최초 투입된 근무조만 실시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제어봉의 위치 편차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작업 오더 발행·작업계획서를 신규작성 후 작업전회의를 개최해야 하는데 이 역시 준수하지 않는 등 한수원 자체절차서도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그뿐 아니라 원전 기동공정이 24시간 연속으로 수행돼 교대근무가 가능한 운전원이 아닌 노심파트 직원은 25시간 연속으로 근무하던 중이었던 것이 밝혀졌다.

또 계획된 공정기간 준수가 우선시 되는 관행에 따라 정비 기간이 연장될 경우 발전소 평가에서 감점을 부여하는 등 경영상의 문제가 있는 것도 확인됐다.

손 국장은 “향후 원안위는 제어봉 구동설비 건전성, 안전문화 점검 등에 대한 추가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하는 종합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비유되기도 하는데 실험 중 낮은 출력 상태가 이어졌고 수동조작을 통해 제어봉을 제거했던 상황, 인적 오류라는 점은 유사하다”면서도 “체르노빌 원전은 흑연감속제를, 한빛원전은 경수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위험도가 같을 수 없고 체르노빌 원전은 25%가 되면 자동으로 셧다운되는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실험을 했지만, 한빛 1호기는 계획예방정비 동안 정지해 있었으며 불안정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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