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17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리 5·6호기 부실공사를 주장하고 있다. (제공: 연합뉴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17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리 5·6호기 부실공사를 주장하고 있다. (제공: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정재훈)이 신고리 6호기의 부실시공에 대한 시공사의 실책을 인정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작업반장이 작업 편의를 위해 품질보증절차서를 따르지 않고 작업자 3명에게 거푸집 설치를 위해 주철근에 가설용접을 하도록 임의로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3명 중 2명은 지시를 거부했지만 결국 작업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거푸집 설치는 용접이 아닌 철근끼리 꽈배기 형태로 꼬는 방식 등으로 조립하게 돼 있다. 용접을 하게 되면 부식이 일어나 원전 건설 후 운영 시에도 지속해서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에서 터빈 건물 주철근을 가용접하는 등 품질보증절차서에 따르지 않은 부실시공에 대한 민원이 제기됐다. 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의 답변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시민·환경단체가 시위와 기자회견 등을 열면서 해당 사안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종훈 의원(민중당·울산 동구)이 한수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6일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작업자 최 모 씨는 신고리 6호기 터빈 건물 시공현장에서 거푸집 설치를 위해 주철근에 가설용접을 하는 것을 4일과 5일 이틀간 목격했다.

주철근에 용접을 하는 것은 품질보증절차서에 따른 작업이 아니다. 최 씨는 “주철근에 가설용접을 하게 되면 이 부위가 후에 타설 단계에서 콘크리트가 물과 섞여 들어갈 때 부식이 일어나고 건전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수원 측은 “내부는 진공상태기 때문에 부식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진공상태라 하더라도 콘크리트를 붓기 전에는 공기 중에 노출되고, 콘크리트를 붓더라도 Void(공극)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진공상태라 하기 어렵다”며 “그렇기 때문에 용접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고 한수원의 설명은 자의적 해석이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제보자 “가용접 철근 100여 개” vs 한수원 “전면 교체 35개”

용접 부위의 개수에 대해서도 제보자와 한수원의 주장이 갈린다. 한수원에 따르면 민원접수 직후 3월 6일과 8일 현장을 전수 검사해 35개의 가용접된 철근을 확인하고 교체·보강했다. 주철근 35개 중 빼기 어려운 철근 2개는 대체철근으로 보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씨는 “가용접된 주철근은 1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단순히 35개로 마무리 지은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교체·보강 작업은 한 달 정도 걸리는데 단 3일 만에 작업을 끝낸 것도 신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수원 측은 “100여 개라는 추정은 제보자의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며 “민원 제기 이후 보강 작업을 하기는 했지만, 민원 제기가 없었더라도 충분히 발견 가능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철근 설치 ▲거푸집 설치 ▲수시 검사 ▲최종 검사 ▲콘크리트 타설 단계로 작업을 진행하는데 거푸집 설치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수시 검사나 최종 검사 단계에서 발견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집행위원장 용석록)에 따르면 작업을 거부한 2명 중 1명도 “가용접된 주철근이 100개가 넘는다”고 증언한 바 있다.

◆NCR 발행 생략…한수원 “전수교체 완료 사안 해당 없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이 규정인 NCR(불일치품목보고서)을 발행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 측은 “이번 부실시공 의혹처럼 주철근을 교체·보강한 경우에는 한수원이 NCR을 품질보증절차서에 따라 발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생략했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엄재식)가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안전규제당국은 터빈 건물의 기초구조물 주철근 용접 관련 사항에 대해 한수원이 NCR을 발행하지 않았고 제보내용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에 한수원은 “김 의원 측에서 NCR을 발행하지 않은 것을 문제제기했는데, NCR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NCR은 최종 검사 단계에서도 오작업 등으로 품질문제가 시정되지 않은 특정한 경우에만 작성하도록 돼 있다”며 “그 사항은 최종 검사 전에 검사단을 꾸려 전수조사를 통해 가용접한 35개 철근을 발견했고 전수교체 완료한 상태였기 때문에 NCR 발행 사항이 아니라 판단해서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작업자 부당 대우…“원청업체 한수원 나 몰라라”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현재 신고리 5·6호기 부실공사를 중단하고 산업부와 한수원이 전수검사를 다시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제보자 최 씨가 참석한 가운데 17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용석록 집행위원장은 “한수원이 보강조치를 한 데 대해서도 철근을 다 들어낸 것이 아니라 철근을 덧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파괴 검사 등을 통해 철근을 다 들어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작업자들이 용접 작업 지시에 불응한 이후 건설작업 이외에 풀을 뽑거나 화기 감시를 하게 하고 제보자 최 씨는 일정 기간 발전소 내에 출입하지 못하게 제지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하기도 했다”며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한수원은 해당 민원에 대해 작업자들을 보호해주기는커녕 책임이 없다고 발뺌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 했음에도 옳은 행동을 한 사람이 피해를 보니 모두 상심과 분노가 큰 상태”라고 전했다.

최 씨는 제보 이후 현재까지 3개월여간 울산·부산 등 발전소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최근 몇 년간 CLP 부식과 콘크리트 공극이 가동 원전에서 몇 차례 발견돼 국정감사 지적과 여론 질타가 이어진 와중에 건설 중인 원전에서마저 부실의혹이 드러난 것은 한수원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은 것”이라며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원안위가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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