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Biz팀 정현진 기자
에너지Biz팀 정현진 기자

국내 원자력계가 침체일로를 걷는 가운데 분노와 안타까움의 물결이 더해졌다. 원전 핵심 기술과 고급 전문인력이 국외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부터다.

한국형 차세대 원전 노형 APR1400의 핵심 기술, 이와 관련한 소프트웨어 냅스(NAPS), 20만 건에 달하는 세부 자료가 외국 원전 업체로 이적한 한국수력원자력 전 간부에 의해 UAE(아랍에미리트)·미국 등 국외로 유출됐다는 정황이 보도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 기관이 나서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안 문제가 철저해야 할 원전 기술을 국가 차원에서 철저히 관리하지 못하고 허술하게 두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15년 냅스는 원안위 산하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에 의해 ‘전략물자’로 판정된 바 있지만, 지난해에는 ‘비전략물자’로 바뀌었다. 불과 3년 만에 판정이 번복된 것이다. 이때 정보가 유출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는다.

유출된 정보 중 일부는 핵무기 개발에 쓰일 소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에 따라 국내 원전 기술안보는 국제적으로 망신과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책임 떠넘기기 소지도 엿보인다.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 이채익 의원(자유한국당·울산 남구갑)은 19일 “KINAC은 판정 변경의 이유를 밝히기 어렵다고 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물자 판정은 원안위 산하 KINAC에서 한다고 말하고, 원안위는 원전에 들어가는 제품과 기술은 산업부가 수출을 통제한다면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전 제로’ 정책을 표방하는 정부지만 대외적으로는 원전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보안기술의 미숙함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경우 해외 세일즈라는 목적이나마 달성할 수 있을지 국민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또 업계에서는 원자력계 홀대론이 불거지고 있다. 최소한의 대안 없이 탈원전 드라이브를 강행한 결과를 보는 시선이 따갑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기술·인력 유출’ 의혹이 나온 것은 어쩌면 예견된 악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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