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건축사자격制 개선 필요 ‘한 목소리’

신동규 건축학회 전문대학교육위원장(왼쪽부터), 이경석 국토부 과장, 남해경 전남대 교수, 이정재 건축학회 부회장, 안창모 국가건축정책위원 등 패널 토론 참석자들이 방청객 의견을 듣고 있다.
신동규 건축학회 전문대학교육위원장(왼쪽부터), 이경석 국토부 과장, 남해경 전남대 교수, 이정재 건축학회 부회장, 안창모 국가건축정책위원 등 패널 토론 참석자들이 방청객 의견을 듣고 있다.

내년부터 바뀌는 건축사자격제도가 건축전공자 대다수의 진출을 막는 ‘유리천장’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 대학교육 현실에 맞는 합리적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건축사의 자질·역량 향상을 위해 2012년 개정된 건축사제도는 7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된다. 5년제 건축학과와 대학원 등 인증된 교육과정을 거친 이들에게만 응시자격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손승광 대한건축학회 4년제건축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은 18일 ‘건축교육과 건축사자격제도’ 토론회에서 “새로운 건축사 자격제도 시행이 내년으로 다가왔다. 앞으로는 건축전공 대학교육을 받고도 전문분야 자격인 건축사 취득이 불가능한 문제가 나올 것”이라며 “특정 프로그램이 건축사자격 취득을 독점하고 배제하는 건축사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 부위원장에 따르면 기존 건축사자격제도는 4년제 대학, 전문대, 기술고등학교 등 학력이나 교육인증에 관계없이 일정 요건만 갖추면 자격시험 응시가 가능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인증된 5년제 건축학과나 대학원 졸업자만이 실무자격을 획득하고 시험 응시가 가능하다.

손 부위원장은 “4년제 건축관련학과 28개, 4년제 건축공학과 79개, 전문대학교 37개, 전문계 고등학교 39개 등에서 배출된 학생들은 건축사가 되기 위한 기회가 아예 박탈된 것”이라며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 건축전문대학원의 경우 서울 소수 사립대학에만 있어, 학생들의 추가적인 교육 부담이 매우 크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건축교육의 개혁목표와 질은 건축실무능력을 주요 목표로 했으면서도, 실제로는 건축사무소에서의 실무능력과 경험보다 학교교육에만 집착하는 이율배반적인 제도”라며 “건축학·공학교육인증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건축사 응시자격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신동규 건축학회 전문대학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전문대학 졸업생들의 관점에서 문제를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2017년 기준 138개 전문대학교 건축관련 학과의 졸업자 수는 3032명이다. 이는 2012년 법개정 이전인 2011년에 비해 10%(544명) 이상 감소한 것”이라며 “이는 소규모 건축사사무실의 인력난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전문대 교육은 2013년부터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적용, 학습모듈에 의한 교육을 시행 중이다. NCS는 교육의 질을 균등하게 하고 산업체와의 미스매치를 줄이는 과정형 기술자 자격을 시행한다는 취지로 시행된 것”이라며 “하지만 2019년을 기점으로 건축사 예비시험이 폐지돼 전문대 학생과 졸업자는 미래 성장의 한계 등으로 절망의 나락에 떨어진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방청객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 방청객은 “17년째 기술사보로 일하고 있다. 건축사 자격시험을 준비한 지는 3년 차가 됐다”며 “내년부터는 저와 같은 기존 경력자가 건축사가 되기 위해서는 처자식을 버리고 학교로 가야 할 처지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적어도 2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현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교육을 받기 위해 6년에 이르는 시간을 낭비할 상황”이라며 “이런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는 것에 화가 난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5년제든 4년제든 현장에서는 최소 실무 7년은 거쳐야 말귀를 알아듣는다. 단순히 1~2년 더 공부했다고 건축안전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5년제 졸업자가 3년의 실무만을 거치고 건축사가 되는 것이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이런 답답한 현실을 고려해주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랜 기간 건축계의 합의를 거친 사안인 데다, 충분한 유예기간을 거친 만큼 제도를 차질없이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도 다수 나왔다.

이경석 국토부 문화경관과장은 “개정된 건축사자격제도는 당시 여러 사고로 국민안전과 건축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민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건축사 양성을 목표로 국제기준을 도입해 바꾼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12년까지 건축학회와 각종 건축직능단체 등과 지속적인 논의·합의를 거쳐 만들어졌다”며 “기존 응시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7년이라는 폭넓은 유예기간도 거쳤다고 전문대학원 등 다양한 대안도 갖춰져 있다”고 반박했다.

이선영 서울시립대 교수는 “5년제는 교육부와 국토부, 각종 건축진흥단체, 학계 등이 어렵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학제로 70개가 넘는 대학이 진행 중인 교육”이라며 “30학점이 아닌 50학점, 1500시간을 교육받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들은 글로벌 사회의 건축 전문가들로, 중국이나 멕시코 등이 국내 시장에 들어올 때 막을 수 있는 보루가 될 것”이라며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논의는 위험하다”고 반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과 대한건축학회(회장 이현수) 및 4년제건축교육위원회(위원장 문창호)가 건축교육·건축사자격제도 관련 현황과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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