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도 많고 조건도 좋은데, 실제로 도입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GE, ABB, 지멘스, 슈나이더일렉트릭 등 스마트 팩토리 산업을 이끌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내린 한국시장에 대한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산업 현장에 디지털화를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추어졌고 디지털 변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가장 큰 나라로 꼽힌다. 한국은 자동화 준비가 가장 잘 돼 있는 나라 1위, 만 명당 산업용 로봇이 설치된 수를 뜻하는 산업용 로봇 밀집도도 1위다. 또 스마트 팩토리 도입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지원이 강한 것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업체들은 실제 디지털화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휴대폰·전자·자동차 등 조립산업(discrete Industries)보다는 철강·화학·시멘트·제지 등 이른바 공정산업(process industries)의 디지털화가 더디다. 20년 이상 된 노후설비를 사용해온 경우가 많은 만큼 짧은 시간에 생산 설비를 디지털화하기 어렵고,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실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에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화의 핵심인 ‘데이터’ 활용에 대한 경계심도 높다.

실제로 글로벌 업체들은 한국 고객은 데이터 보안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며 데이터 활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큰 편이라고 증언한다. 스마트 팩토리 자체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기 때문에 증명할 수 있는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데이터는 ‘차세대 석유’로 불릴 만큼 미래 경제의 기본이다. 데이터를 더 많이 활용해 더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서 생산성을 높이는 자가 미래 경제의 승자가 된다. 데이터는 설비 운영을 예측해 우리가 진짜 두려워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지 않은 일반 기업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15%만을 인지, 이 중 5%만을 기업운영을 위한 개선사항으로 활용하고 있다. 100%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경영을 하는 업체와 비교해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 팩토리는 모든 기업이 무조건 첨단 디지털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업과 산업의 특성에 따라 실제 이익을 내기 위해 적용해야할 솔루션이 다르다. 이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아보는 것이 국내 산업계에 필요하다.

최근 5G가 도입되면서, 5G와 스마트 팩토리가 가져올 시너지로 스마트 팩토리 산업은 또 한 번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먼저 움직일수록 미래는 더 명확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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