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한국전쟁과 4·19혁명, 5·16 군사쿠데타를 거친 대한민국은 격동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1964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해 3월, 서울의 주요 대학생들은 5·16 이후 처음으로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김종필-오히라 비밀 메모’ 파동이 알려지면서다. 제3공화국이 출범했으나 6·3 항쟁과 인민혁명당 사건 등 사회 정치적 혼란은 여전했다.

전력사(史)에도 커다란 획이 그어졌다. 전기마저 가난했던 나라가 4월부터 ‘무제한 송전’ 시대를 연 것이다. 그리고 한 달여 뒤인 5월 18일 본지가 창간했다.

대한전기신문이란 제호의 창간호는 대판 4면으로 4000부가 발행됐다. 당시 제작에 참여한 직원은 9명이었다.

대한전기신문에서 대한전기신보(1969년), 한국전기신문(1987년), 전기신문(2002년)으로 제호가 바뀌는 동안 38년의 세월이 흘렀고, 올해 창간 55주년 기념호(지령 3571호)에 이르렀다.

○…어느새 ‘가짜’와 ‘재미’가 판을 치는 시대다.

바꿔 말하면, 진짜를 찾기 어려워졌고 찾아도 재미와는 거리가 멀기 일쑤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소비 형태도 달라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뉴스를 종이 신문이나 TV,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보지 않는다. 그 자리는 스마트폰이 대신하고 있다. 텍스트의 위력도 반감됐다. 펜이 칼보다 강했다면, 이젠 영상이 펜보다 매력적인 내 손안의 정보원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 보고 싶은 정보, 내가 필요한 뉴스만 골라서 봐도 무방하다. 그 과정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것은 때론 귀찮고 피곤하고 시시할 뿐이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했다. 세 사람이 같은 말을 반복하면 없던 호랑이가 등장한다는 말이다. 거짓된 말도 여러 번 되풀이하면 참인 것처럼 들리는데, 스마트폰과 SNS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쥔 지금, 누구나 ‘재밌는 가짜뉴스’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시대 언론은 본연의 사명에 천착하기보다 버거운 ‘생존’에 급급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다.

본지도 예외는 아니다. 새로운 플랫폼의 도전에 대응해야 하고 가짜뉴스의 홍수 속에서 독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과거보다 더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전기신문을 만드는 30여명의 사람들에게 창간 55주년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신문의 설 자리가 위태롭다는 걸 핑계 삼아 부정과 비리를 감시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고유의 임무를 등한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전기·에너지 분야 일등신문이란 수식어는 전기신문에게 더 이상 훈장이 아니라 마땅히 감당해야 할 무게이자 막중한 사명감으로 다가온다.

국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듯, 신문의 힘은 독자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다. 척박하고 고단한 환경일지라도 진실의 가치를 믿고 우리가 더욱 분발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는 55번째 생일을 맞은 전기신문이 독자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약속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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