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상 카메라로 ‘보고 또 보고’
스마트폰으로 ‘점검하고 기록하고’

안전은 최근 들어 어느 산업계를 불문하고 최대의 화두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14년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체 탑승자 476명 가운데 304명이 사망 및 실종됐다.

올해로 5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는 사회안전망의 필요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정부는 화재안전대책특별TF를 구성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 확보에 나섰다. 이 가운데 전기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전체 화재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기안전공사는 최근 주택 등에서 3년 주기로 시행하는 일반용 전기설비의 전기안전점검을 통해 전기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높아지는 부재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기화재 예방을 위한 전기안전공사의 일반용 전기안전점검 현장에 동행해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을 들여다봤다.

◆높아지는 부재율 해소에 ‘만전’=전기안전공사의 일반용 전기안전점검 현장 방문을 위해 경기도 광주시를 찾았다. 전기안전공사의 일반용 전기설비 점검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안병찬 점검부 차장의 소개로 경기중부지사의 박재민 점검부장과 정홍진 주임을 만나 점검 현장에 동행했다.

방문 현장은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의 한 빌라 밀집단지다.

5층 규모의 빌라는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기때문에 최상층까지 걸어 올라가며 작업을 해야 했다.

이번 동행취재에 앞서 1차 방문에서는 33개 가구 중 부재율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대부분 부재중이었다고 박 부장은 전했다. 전기안전공사는 규정상 부재중일 경우 3번까지 방문해 안전점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 지난 방문에서 각 세대 현관문에 스티커를 남겨 추후 방문일정을 안내한 바 있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들과 함께 계단을 올라 첫 번째 집에 방문한다.

“계십니까. 전기안전공사에서 전기안전점검 나왔습니다.”

전기안전점검을 맡고 있는 정 주임이 초인종을 두어번 누른 뒤 아무런 반응이 없자, 현관문을 두드린다.

첫 번째 집부터 부재중이다. 내리 세 개 가구가 연속으로 빈집이다.

네 번째 방문한 가구에서 드디어 인기척이 났다.

드디어 현관문이 열리고 정 주임이 전기안전점검 안내를 한 뒤 본격적으로 점검이 시작된다.

“지금 세탁기나 TV 이용하고 있으신 게 있으세요? 그럼 전원을 다 내려주셔야 해요.”

집주인이 재빠르게 TV를 끄자 정 주임이 차단기의 전원을 모두 내린다.

누전차단기 설치 유무와 동작 여부를 살피고, 절연저항과 접지 등을 체크한다. 특히 누전차단기에 나사가 조금이라도 풀려 있으면, 빈공간으로 접촉 불량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나사를 하나하나 조여주며 확인한다.

메고 있는 가방에서 조그만 장비를 하나 꺼낸다. 스마트폰을 해당 장비에 연결할 수 있도록 공간이 있다. 거기에 스마트폰을 끼우고 어플을 켜니 하나의 검사용 장비가 완성된다.

“열화상 카메라에요. 보통 열화상 카메라라고 하면 떠올리는 카메라가 있는데, 이건 조금 모양이 다르죠? 검사자들의 편의를 위해 안전공사에서 특별히 사용하는 열화상 카메라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점검하고 기록까지 할 수 있죠.”

과거에는 열화상 카메라까지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안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검사업무에 해당 작업까지 추가했다는 게 박 부장의 설명이다.

◆서비스 품질 ‘UP’…고객 만족 ‘UP’=“비만 오면 벽면 전체 콘센트가 먹통이 되는데 왜 그런 거죠?”

누전차단기 검사가 끝나고 댁내로 들어가 콘센트 등의 안전점검까지 모두 마친 정 주임에게 집주인이 질문을 던진다.

“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거든요. 비가 올 때 혹시 물이 세거나 하지는 않나요? 비가 와서 문제가 생기면 필증에 적힌 번호로 연락 꼭 주세요.”

정 주임이 가리킨 누전차단기에는 검사일자와 합격이라는 글자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다. 이곳엔 전기안전공사 콜센터 번호까지 적혀 있다.

질문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점검에 나선 집마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들을 붙들고 평소 궁금했거나 이상이 있었던 전기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날 점검의 마지막 단계로 집주인의 개인 연락처를 수집한다. 개인정보 공유에 동의한 집주인들에게는 3년에 한 번씩 점검기간을 문자로 안내해주기 위해서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부재율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다.

전기안전점검을 나온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들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고 만족한 집주인들은 대부분 연락처 공유에 동의했다. 3년 뒤 더 나은 서비스를 받기 위함이다.

이날 최종 성적은 빌라 총 4개 동의 33개 가구를 방문, 12곳의 전기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데 그쳤다.

70% 가까운 부재율이었지만 평상시보다는 오히려 높다는 게 박 부장의 설명이다.

1차 안내 스티커를 붙이고 시간까지 안내를 하지만 주민들의 관심이 적다는 것.

실제로 이날 점검한 가구를 대상으로 질문한 결과 전기안전공사가 이 같은 안전점검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가구는 한 곳에 불과했다. 10년 이상 같은 곳에 살며 안전점검을 세 번씩 받아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번에 점검을 받은 가구 대부분이 전기안전공사가 남기고 간 스티커를 보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답해, 어느 정도는 부재율을 줄이기 위한 공사의 노력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박 부장의 설명이다.

4개 동의 점검을 마치고 나니 셔츠가 땀에 젖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평상시 하루에 180~200여개 가구를 방문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의 업무량인지 짐작이 간다.

박 부장은 “처음 이 일을 맡으면 적응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릴 때도 있지만 우리가 하는 일을 감사하게 여겨주는 분들이 계셔서 굉장히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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