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야, 관공서야”…푸른 조경・밝은 외관에 식물섬까지

단일 전선공장 규모 ‘세계 최대’
VCV타워 높이・효율 ‘세계 최고’
최첨단 생산라인 안전・품질 ‘굿’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충청남도 당진은 드문드문 덩치 큰 공장들이 모여 있는 한적한 도시였다. 당진은 현대제철, 동국제철 등이 위치, 중국 등 해외로의 진출이 용이해 대외물류의 중심이자 미래형 산업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서해대교를 따라 달려 도착한 곳에는 드넓은 논과 밭들 너머로 삼각기둥 보양의 높은 타워가 홀로 솟아 있다. 대한전선의 초고압케이블을 생산하는 VCV타워다. 전망대로 착각해 당진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종종 들르기도 한다고 했다.

대한전선은 내수와 수출을 위해 신공장의 부지로 당진을 낙점, 준공해 2011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해 초고압 케이블을 비롯한 각종 케이블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전 안양공장에서 당진으로 설비를 이전하는 작업에서 연간 25만여톤의 케이블 생산에 차질없이 마무리 한 것은 제조업계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인근에는 케이블 접속재를 전문으로 제조‧생산하는 전력기기 공장도 위치해있다.

당진공장은 대지 34만㎡, 건축연면적 13만㎡, 조경 11만㎡로 단일 전선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초고압케이블을 생산하는 VCV타워는 160.5m에 달해 세계 최고의 높이와 효율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압, 일반전력, 통신, 소재 등 4개의 단위공장을 일관체제로 갖추고 있으며, 특히 설비 면에서도 최첨단의 생산 라인을 갖춰 효율성을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 친환경 시스템 도입한 녹색공장

당진공장은 넓게 조성된 푸른 조경, 밝은 미색의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공장이면 응당 있는 하수구나 폐기물 더미들도 보이지 않았다. ‘공장’이라기보다는 연구소나 관공서처럼 보였다. ‘Green and Smart factory’를 표방하는 당진공장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전선에 따르면 당진공장은 화석연료가 아닌 청정연료 LNG를 사용해 열기기 효율을 향상시키며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다. 사업장 인근 환경에 대한 영향도 고려해 오폐수 무방류 및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해당 시스템은 공장 폐수를 회수해 전량 재활용하며, 오수는 중수 처리해 조경 용수로 활용하게 한다.

또 생태 복원과 수질 정화를 위해 인공 식물섬을 조성했다. 자연 호소 연안대에서 이루어지는 수질 정화와 생태복원 효과가 가능하도록 설계해, 아름다운 경관을 창출할 뿐 아니라 고도의 하수처리 효과를 내고 있다.

◆ 자동화 시스템으로 안전‧품질↑ 비용↓

안전모를 쓰고 광활한 당진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승합차에 탑승했다.

처음 도착한 곳은 도체를 생산하는 SCR(Southwire Continuous Rod System) 공장이었다. 이곳에서는 구리 원소재를 용해로에 투입해 녹인 다음 8㎜ 등 요구되는 크기의 원형으로 뽑아내는 공정이 이루어진다.

대한전선 소재공장.
대한전선 소재공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온 몸으로 느껴졌다. 주황색으로 빛나는 구리가 주조바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구리는 도체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1200도에 달하는 열을 받는다. 칠레나 LS니꼬동에서 공급받은 구리를 장입, 용해, 주조의 공정을 거쳐 제조한다. 이때 구리를 녹이는 데 필요한 가스와 공기의 비율을 자동으로 컨트롤 하는 시스템과 녹인 구리가 일정하게 부어지도록 plc를 통해 붓는 높이를 컨트롤하는 주조냉각시스템이 작동한다.

직사각형 모양의 공장의 직선 동선을 따라 걸으니 롯트 공정과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조바 위의 로뜨의 단면적은 점점 줄어들어 얇은 전선도체 모양으로 바뀌어갔다. 사다리꼴 모양으로 각이 잡혀진 구리는 8㎜ 등 원하는 사이즈로 압연된다. 이러한 과정들은 실시간 공정 데이터를 보여주고 제어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관리되고 있었다.

검사가 완료된 도체는 마지막 포장단계를 거친다. 이전에는 사람이 했던 일이 압축‧밴딩 시스템과 랩핑 시스템이 도맡았다고 했다.

권순현 대한전선 과장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일부 작업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인력만 있다”며 “현재는 9명씩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생산된 모든 케이블 하나씩 검사해, 불량 제로”

초고압 케이블을 생산하는 공장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공장 한 층은 24m로 아파트 8층 높이였다. 케이블 드럼은 지름만 4.3m로 아파트 한 층보다 높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거대한 크레인과 시험장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편에는 큰 공간의 쉴드룸이 자리잡고 있었다. 전력 케이블 검사를 위해 노이즈가 차폐된 공간이었다.

강성중 대한전선 생산지원실 설비팀 팀장은 “대한전선은 국제규격보다도 엄격한 사내 기준을 적용해 생산되는 전선을 엄격히 시험하고 있다”며 “랜덤 제품이 아니라 생산된 모든 제품을 검사하기 때문에 불량제품이 나갈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전선 초고압 공장.
대한전선 초고압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SCR 공정에서 만들어진 도체 가닥을 요구하는 규격의 굵기로 뽑는 신선, 신선에서 만들어진 구리선을 일정한 피치로 꼬아주는 연선 공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구리선은 여러 가닥을 꼬아 기계적 특성과 전기적 특성 모두를 높인다.

도체를 보호하기 위해 바깥 부분을 동, 납, 알루미늄 등으로 외장하는 공정도 있었다. 여기에는 3년 전 도입된 메탈웰빙 설비가 가동되고 있다. 이 설비를 통해 알루미늄 평철은 파이프 형태로 말아 밀착된다. 기존에는 알루미늄 외장 케이블이 부피가 커 하나의 드럼에 감을 수 있는 전선 양이 적었는데, 이 시스템으로 늘릴 수 있게 됐다.

케이블 제조의 꽃은 절연공정으로 불린다.

특히 초고압 케이블은 부피가 크기 때문에 케이블을 중력 방향대로 수직으로 내려 절연시키기 위해 타워형태의 공장에서 공정이 이루어진다. 이를 VCV라인이라고 한다. 절연 공정은 400도에 달하는 수직 파이프에 이를 통과하는 케이블이 닿지 않아야 하기에 일직선을 맞추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대한전선 초고압 공장.
대한전선 초고압 공장.

VCV타워 21층에는 반도체 공장과 맞먹는 1000 클라스의 클린룸이 위치한다. 캡스탄 설비가 끌어올린 전선이 파이프에 들어가 절연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방진복을 입고 근무한다. 숫자가 작을수록 깨끗한 것을 뜻하는데, 일상적으로 사람은 5만~10만 클라스의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룸에는 3개의 절연 라인이 있다. 이 공정에서는 내도, 외도, 절연의 3중 압출 공정이 이루어진다. 강 팀장은 “삼각형 구조로 타워를 설계해 적은 공간에서 3개의 라인을 가동하는 것은 대한전선 뿐”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한전선은 IFS(Intelligent Factory System)를 이용한 중앙전력 제어시스템과 첨단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IFS는 당진공장의 하부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제어하는 것으로 에너지 절감을 비롯해 쾌적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지능형 공장 체계다. 각종 설비의 에너지 정보를 취합, 시설물 관리 정보 연계해 에너지 운영을 최적화하고 침입·화재 등 긴급 상황 시 신속한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

물류 자동화 설비의 경우 겐트리 크레인을 활용해 제품 보관 및 장소의 효율적 운용이 가능해졌다. 제품 상하차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고 지게차 동선을 없애 위험 요소를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당진공장을 생산·관리·물류 기능으로 유기적으로 구획짓고 연결해 이동 동선의 간섭을 줄이면서 작업자와 관리자간의 소통을 높여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