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제16차 전력포럼, 전문가들 석탄 조기폐지 놓고 우려 '한목소리'

에너지 안보・사회적 비용증가
발전산업 생태계 성장 위기에 2000여명 유휴인력 문제까지 정책 결정 시 신중해야
LNG로의 전환과정에 충분한 로드맵 마련 절실
리트로핏・LNG와 혼소 등 선진국 사례 벤치마킹 필요

10일 열린 전력포럼에서 패널들이 표준석탄 조기폐쇄에 따른 문제와 대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10일 열린 전력포럼에서 패널들이 표준석탄 조기폐쇄에 따른 문제와 대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 때문에 석탄화력의 감축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전체 전력공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석탄이 전력공급에서 제외될 경우 전력난은 국가적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최근 3년간 평균 발전량을 보면 석탄이 41%, LNG 23%, 원자력 29%, 신재생 4% 순이었다. 석탄은 전력생산에 있어 절대적 역할을 해왔고, 당분간은 석탄을 대체할 만한 경제적 전원은 원자력 정도밖에 없다.

정부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만들면서 미세먼지를 줄이고 탄소배출권 3410만t 감축 등 환경이슈를 반영해 경제성 없는 노후 석탄을 추가 폐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수명이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 10기가 폐지 단계를 밟아 단계적으로 가동을 중단 중이며, 향후 수명이 30년에 접어드는 표준석탄 20기의 운명도 폐지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표준석탄 20기(설비용량 1000만kW)를 순차적으로 폐지할 경우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다.

10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 전력포럼에서 발제를 한 전충환 부산대학교 교수<사진>는 “국가 에너지 안보 문제는 물론 사회적 비용의 증가, 국내 발전사업의 생태계 성장 위기 등을 고려할 때 정책 결정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유가에 민감한 LNG와 달리 석탄은 다소 둔감하기 때문에 석탄을 줄일 경우 유가급등시 에너지 안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석탄의 빈자리를 LNG가 메울 경우 LNG 발전이 2030년 기준으로 전체 설비 용량 중 30% 가량을 차지한다” 고 지적했다. 이는 원자력과 석탄의 설비용량을 합한 것과 같은 수준이다.

정부 계획대로 2030년에 재생에너지의 전력공급 비중이 2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석탄까지 줄일 경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백업 전원이 필요하며, 이는 발전원간 균형을 유지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 교수는 또 석탄을 급격하게 줄일 경우 국내 발전산업 생태계 전체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가스터빈의 경우 100% 외국제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석탄의 갑작스런 폐지는 전력산업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국내 석탄화력 기술은 국산화를 통해 산업경쟁력을 키우고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했지만, 가스터빈의 경우 외국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보니 LNG발전이 늘어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가스터빈 국산화를 진행 중 이지만 개발 초기단계나 다름없다.

이날 전 교수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국내 LNG발전소 44기에 들어간 가스터빈 150기 전량이 외국산이며, 터빈 구매에 4조 2104억 원, 유지보수에 8조 1200억 원 등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전 교수는 또 석탄화력 조기 폐지시 사회적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석탄의 수명을 더 늘려 선진국처럼 40년 이상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40%, 북미는 56%의 석탄이 40년 이상 운영되고 있다.

전 교수는 “미국은 지난 2008년 이후 10년 동안 화력발전소의 47%를 폐지했는데, 석탄화력의 가동연수가 평균 52년에 달하며, 독일은 석탄화력에 대해 잔여발전량 개념을 도입해 운전중인 발전소는 수명이 다할 때 까지 가동후 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2050년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80% 까지 끌어 올리며, 2038년까지 석탄화력을 퇴출할 계획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일자리와 연결된다.

50만kW 기준 석탄화력 1기에 근무하는 직원은 약 100명 정도 된다. 노후석탄 20기를 폐지할 경우 2000명에 달하는 유휴인력이 발생하게 되며, 간접고용까지 고려할 경우 일자리를 잃는 인력은 큰 폭으로 늘게 된다. 정부가 일자리 만들기를 최우선에 둔 상황에서 일자리를 뺏는 정책에 대해선 대책이 먼저 마련된 후 실행이 뒷받침 돼야 한다.

발전공기업 노조도 같은 이유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발전공기업 노조에 따르면 석탄화력이 미세먼지의 주범처럼 몰리면서 정부가 조기폐지라는 카드를 빼들었는데, 향후 표준석탄 1기당 100여 명의 유휴인력이 발생하는 만큼 일자리를 뺏는 정책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감을 내비쳤다.

이수일 KDI 교수 역시 “정부의 노후석탄 폐지에 반대하는 것 보다는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는데,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유휴인력 문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극복을 위한 백업 전원으로써 휴지보존 등 설계수명 30년과 경제수명을 절충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석탄화력의 문제는 선진국의 사례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주문했다.

전 교수는 “석탄화력에 친환경설비를 강화하는 리트로핏을 통해 미세먼지를 대폭 줄이는 방식은 이미 일본 등 선진국에서 활용되고 있다” 고 말했다. 덧붙여 리트로핏은 미세먼지를 잡는 데는 성공할 수 있지만 CO2를 줄이기 위해 석탄화력과 LNG를 같이 사용하는 호소발전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전 교수는 “미세먼지가 심한 기간에는 LNG전소로 발전을 하고 미세먼지가 적고 전력수요가 많은 동하계에는 LNG혼소로 발전해 전력공급 안정, 요금인상 억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듀크 에너지가 가스 석탄 혼소발전을 현재 적용중이다. 국내에선 두산중공업이 가스혼소 발전 분야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LNG혼소시 기존 석탄화력 대비 효율은 떨어지고 발전원가는 상승하게 된다.

때문에 박진표 태평양 변호사는 “석탄화력 LNG혼소가 국내 전력시장에서 수용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현재의 시장에서 효율이 떨어지면 급전순위에 밀려 가동이 안 된다. 현행 전력시장 개선과 맞물려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제9차 계획에서 석탄발전소를 조기 폐지하고 LNG발전소를 대체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심각한 국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감축 문제 해결 등이 제시될 수 있다”며“ 하지만 한전의 전기요금 정상화 방안과 분산형 전원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조치, 전력시장 내 경쟁체제와 가격체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재정비하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권홍 원광대 교수 또한 “미세먼지 때문에 석탄이 적폐가 됐는데 석탄을 줄이면 LNG를 가동해야 한다”며 “ 제일 비싸기 때문에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만 친환경을 따지는 게 아니라 모든 국가가 따진다. 가스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수요가 늘면 당연히 가격은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가 늘수록 백업 전원이 필요한 만큼 석탄화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재생에너지로 전환중인 독일도 2018년 기준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40.6%에 달하지만 석탄의 비중도 37%가 넘는다. 전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유연한 발전시스템이 필요한데 석탄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남북에너지 경협 및 북한의 전력수요에 대비한 추가전원 확보도 고려 대상이다.

전 교수는 “친환경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사명 이지만 냉철하게 현실적인 대안을 선진국의 기술적인 사례에서 고민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과정이 없이 목표만 있는데 석탄에서 LNG로의 전환과정에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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