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시셍 ABB코리아 대표.
리 시셍 ABB코리아 대표.

리 시셍 ABB코리아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높은 이해도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1989년 ABB에 입사한 이래 말레이시아 CFO, 싱가포르 부사장, 중국 부사장·사장 등을 거쳐 아시아·중동·아프리카(AMEA) 지역과 중국 인사 총괄 등을 지냈다.

업계는 리 시셍을 ABB코리아 대표에 앉힌 것이 ABB가 한국시장을 그만큼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지표로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지난 4월 1일 자로 출범, 1988년 이후 ABB가 맞이한 가장 큰 변화로 꼽히는 NEW ABB와 한국 시장에 대해 들어봤다.

▸NEW ABB는 어떠한 계기로 탄생했나.

- 현재 산업계에는 거대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 변환이다. 특히 에너지는 전력생산 방식, 전력 생산자 및 소비자, 금융조달 방식 등이 달라졌다. ABB는 이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고객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할 수 있도록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에 대해 내놓은 답이 NEW ABB다.

NEW ABB는 1988년 이후 ABB가 맞이한 가장 큰 변화다. 엔지니어 위주의 기술 중심 회사였던 ABB가 고객 위주의 솔루션 기업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세계 1위의 파워그리드 사업부도 히타치에 매각해 디지털 산업을 정조준했다. 달라지는 환경에서 파워그리드 부문을 가장 잘 소화해 성장시킬 수 있는 역량이 히타치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BB는 기존 세계 1~2위를 점유하고 있는 4개 디지털 사업부문에 역량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어떻게 달라지나

-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대두되면서 전력 생산 방식이 변화하고, 스마트 팩토리 및 협업시스템의 등장으로 제조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일터도 달라졌다. 화상 미팅이 많아지고 온도‧조명‧에너지 관리 등이 자동화되는 스마트 오피스가 보급되고 있다. 2030년이면 세계에 3000만대의 전기차가 도로 위를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운송수단의 자율주행화도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이동 수단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스마트 시티가 구축되고 세상은 점차 스마트화된다.

ABB의 새로운 4가지 사업부는 이 같은 흐름을 이끈다. 전기화 사업부에서는 지속가능하고 스마트한 전기 공급을 지원한다. 산업자동화 사업부는 산업현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모션 사업부를 통해서는 공장의 설비들에서 데이터를 추출‧분석해 공장 운영의 질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로봇과 이산자동화 사업부는 머신러닝을 적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판단‧관리하는 로봇을 개발해 유연한 제조를 도모한다.

ABB는 기존 매트리스 조직을 폐지하고, 고객이 직관적으로 디지털 변환을 도입‧추진할 수 있도록 4개 사업부가 전권을 갖는 방식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자율운영 시스템 및 산업용 인공지능(AI)로 운영되는 미래형 공장.
자율운영 시스템 및 산업용 인공지능(AI)로 운영되는 미래형 공장.

‣ ABB는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ABB코리아에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나.

- 한국은 디지털로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잘 구비된 국가다. 디지털 변환의 다양한 작업들을 도입‧시험해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의 미디어와 핀테크 분야에 있어서는 디지털 변환이 상당 수준에 와있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동화 준비가 가장 잘돼 있는 나라로 한국이 1위에 꼽혔다. 독일은 2위다. 1만명당 산업용 로봇이 설치된 수를 말하는 산업용 로봇 밀집도도 한국이 1위로, 2위와 격차도 크다. 또 5G가 도입돼 데이터 센터와 기반 솔루션들의 성장을 빠르게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은 ABB가 역점을 두고 있는 선박, 철강, 신재생 등 분야들도 국내 기업들이 선도하거나 국가차원에서 관심 있게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ABB가 미래 성장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평가하는 시장이다. 그러나 ABB가 포커스를 두고 있는 제조, 농업 등 분야에서는 아직 준비 단계이거나 시작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분야들이 디지털 변환을 통해 S커브의 끝에 위치할 수 있도록 ABB가 함께하고자 한다.

‣ ABB는 한국의 디지털 변환을 위해 어떤 것을 제공할 수 있나.

- ABB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토털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으로는 독보적으로 세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ABB는 각 분야를 선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 IBM, 다쏘시스템 등과 협업 생태계를 구축, 각 사의 강점을 모아 디지털 변환 시대를 가속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ABB가 운영기술(OT)에 강점이 있다면 다른 기업은 IT, 3D 등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BB Ability는 ABB의 디지털 플랫폼으로 고객이 에너지 효율을 달성해 비용을 줄이면서 안전하게 자산을 관리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다. ▲제품 등 자산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축적하는 Know More(보다 더 인지)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조언을 제공해 의사결정을 돕는 Do More(보다 더 실행)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에너지 효율 달성 및 더 나은 퍼포먼스를 이끌어낼 방법을 제공하는 Do Better(더 나은 실행) ▲다양한 분야와 연결, 최적의 결정을 돕는 Together(협력)이라는 4가지 구호로 설명될 수 있다.

‣ 한국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느낄 만한 ABB의 장점이 있나.

- 한국 고객들은 데이터 활용을 위해 정보를 기업 밖으로 내보내는 것에 특히 큰 부담을 갖고 있다. ABB는 ‘고객의 데이터는 고객의 것’이라고 분명하게 먼저 선언한 첫 번째 기업으로, 한국 기업이 품고 있는 두려움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고객이 승인해준 범위 안에서 데이터를 활용하겠다고 공식 성명서를 냈다. 또 사이버 보안 프로세스로 정보 유출을 방어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 한국 시장에 조언을 해준다면.

-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더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데이터 활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큰 편이다. 정보가 기업체 밖으로 나갔을 때 잃을 것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동차가 말을 대체했을 때나, 자율주행차가 일반 차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두려움과 맥이 같다.

데이터는 ‘차세대 석유’로 불릴 만큼 미래 경제의 기본이 된다. 데이터는 우리가 진짜 두려워해야 하는 것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이것에 기반해 더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데이터를 활용해 산업 발전을 도모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는 것은 물론 기업체의 존속도 어려워진다.

‣ 임기 동안 ABB코리아를 어떻게 이끌 계획인가.

- NEW ABB 체제를 한국에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첫 번째다. 이와 함께 ABB코리아의 자체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글로벌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도 확장시켜나갈 계획이다. 이는 곧 한국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기술 수준이 한국에 유입되면 한국의 4차 산업혁명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이를 위해 ABB코리아 직원들의 개별 역량을 키우는 데도 지속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더 많은 권한을 주어 모든 이슈에 대한 결정권자가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직원들은 스스로 판단‧결정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결정에 개입하지 않되 판단을 도울 수 있도록 이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더 잘 이해하면 더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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