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율·전자파인증비까지 ‘대신 내라’, 컨버터 업계는 ‘명백한 갑질’ 주장
시장침체·출혈경쟁으로 어려운 조명업계 현실 반영 '안타깝다' 지적

LED조명에 들어가는 LED컨버터(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 없음)
LED조명에 들어가는 LED컨버터(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 없음)

LED컨버터 업체들이 실내조명 등기구 기업들의 고효율기자재 인증비용 부담 요구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 LED조명에 당신 회사의 컨버터를 장착하고 싶다면 그 조명의 고효율 인증비용을 컨버터 업체에서 지불하라’는 등기구 업체 요구에 컨버터 업계가 이는 명백한 ‘갑질’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것이다.

3일 LED컨버터 업계에 따르면 등기구 업체들의 이 같은 요구는 지난해 말부터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컨버터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 모 컨버터 업체가 건설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면서 이미 인증까지 모두 획득한 LED조명의 컨버터를 자사제품으로 바꾸고, 그 파생모델 인증비용을 직접 부담한 일이 있었다”면서 “이 일을 계기로 후발업체였던 그 컨버터 기업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완제품 인증비용 부담조건’을 내걸고 등기구 업체에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이제는 등기구 업체들이 아예 고효율 인증비용을 컨버터 업체에 전가하려는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우리 컨버터를 구매해주면 대신 완제품 인증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컨버터 기업의 영업행위를 뛰어넘어 이제는 LED조명 업체가 먼저 컨버터 업체에 인증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컨버터를 바꿀 경우 파생모델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품목당 50만~60만원의 시험비용과 에너지공단에 납부하는 인증비용을 합하면 70만~80만원이 소요된다”면서 “주로 실내조명 등기구 업체들이 인증비용 부담을 요구하는데, 건설사에 들어가는 다양한 제품들의 고효율인증을 모두 획득하려면 10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컨버터업계 선두권 기업 관계자도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등기구 업체까지도 우리들에게 연락해 인증비용 부담을 공공연하게 요구한다”면서 “너무 어이가 없어 거절하기는 했는데, 문제는 이런 요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고효율인증 비용만 요구하더니 최근에 전자파적합성인증이 이슈가 되니까 이제는 그 비용까지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영업을 하는 업체들의 제품이 확산될 경우 제품 성능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LED조명은 전원공급장치인 컨버터와 LED패키지가 결합해야 빛을 내는데, 이 과정에서 제품표준화가 완료되지 않아 신제품 개발 시 등기구 업체와 컨버터 업체의 협업이 불가피하다.

이때 처음에 기술적으로 맞춘 컨버터를 다른 컨버터로 바꿀 경우 조명이 안 켜지거나 고장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화합융합시험연구원 관계자는 “정전압, 정전류 등 전기적 특성만 맞다면 A사 컨버터를 B사 컨버터로 바꿔도 성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전기적특성이 서로 똑같은 컨버터 업체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안정기와 컨버터 업체들로 구성된 고효율조명기기제조협회는 등기구 업체가 컨버터 업체에 인증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공문 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등 실태파악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컨버터 업체 관계자는 “이는 완제품 인증비용을 자재업체에 떠넘기는 격”이라며 “등기구 업체들의 이런 불공정 행위가 계속 확산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고발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명업계 전문가는 “최근의 이런 현상은 시장침체와 출혈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명업종의 슬픈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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