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석탄화 가속…가격경쟁력 가진 재생에너지 점점 유리

REN21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신규 발전용량 중 재생에너지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했다.
REN21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신규 발전용량 중 재생에너지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했다.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로 풀이한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때 반드시 새로운 세(勢)가 기존 세를 밀어낸다는 뜻이다.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은 물밀 듯이 들어서는 신재생에너지로 급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네트워크21(REN21)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신규 발전용량 중 재생에너지 설비가 70%를 차지했다.

가장 큰 변화요인은 지구온난화를 들 수 있다. 지구 기온 1.5도를 억제하는 공동 노력을 의미하는 파리협약이 채택된 후, 온실가스 감축 수단 확대는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출한 168개국 중 109개국이 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기준 326억톤으로 집계되며, 발전 분야 배출량이 절반에 가까운 136억톤에 달했다. 이중 석탄발전이 98억톤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발전원으로 꼽혔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을 축소하는 게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 자리를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 향상 역시 시장 확대 주원인 중 하나다. 태양광 설치비용은 2010년 ㎿당 330만 달러에서 작년에 90만 달러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풍력발전도 ㎿당 166만 달러에서 84만 달러까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석탄, 가스 등 전통발전원은 자원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연료비 상승으로 발전단가가 올라가나, 신재생에너지는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생산단가가 하락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2010년 이후 태양전지와 풍력터빈 등 주요 기자재의 대량생산체제가 완비돼 설비비용도 내림세에 있다. 이미 유럽과 북미지역은 신재생 발전단가가 가장 저렴한 수준에 도달했고, 2025년께 중국도 석탄발전단가보다 태양광 발전단가가 더 싸질 예정이다.

◆ 재생에너지, 세계 발전원 중 대세 등극

이 같은 이유로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대신 기존 전통발전원은 줄어드는 실정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세계 전체 발전원에서 석탄, 가스 수력, 원자력 등 전통발전원 비중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2년 95%에서 2013년 94.3%, 2014년 93.7%, 2015년 92.8%, 2016년 92% 등 매년 1% 가깝게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탈(脫) 석탄화(化) 현상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2006년 세계 연평균 석탄발전 설비 설치용량은 120GW를 정점으로 내림세에 접어들었다. 2010년 이후 유럽의 신규 석탄발전 설비용량은 5GW에 불과하나 폐쇄한 석탄발전 설비용량은 18GW에 달한다. 같은 시기 미국도 신규 설비는 4GW, 폐쇄 설비가 46GW로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아시아지역은 2017년 기준 전 세계 석탄발전 설비용량 1408GW에서 71%를 차지하는 등 높은 수요를 기록했다.

이처럼 석탄발전은 그동안 세계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공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인식돼 대체 대상으로 부상했다. 세계 석탄발전 설비용량은 2022년 2100GW를 정점으로 2040년 1500GW까지 축소될 전망이다. 석탄발전의 빈자리는 태양광, 풍력발전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가 채우고 있다. 세계 신재생에너지 누적설치량은 2001년 7.7GW에서 2017년 1070GW로 100배 이상 증가했다. 2017년 기준 세계 발전용량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16.2%(전기공급량 9.6%)를 차지했다.

이 같은 에너지전환은 전력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전 세계 전기공급량에서 신재생 전기공급이 9%를 웃도는 만큼, 간헐성(間歇性)으로 인한 전력망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기술 수요도 늘고 있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전력 저장기술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신재생 전력 공급·수요 예측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ESS에 쓰이는 배터리의 경우 2010년 kWh당 1160달러에서 작년 kWh당 176달러까지 가격이 급락했다.

에너지전환은 기업 간 비즈니스 영역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 에너지 사용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증가하면서 기업의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동참 역시 늘어나는 실정이다. 현재는 자발적인 동참을 요구하지만 기업 간 거래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이 필수조건이 될 여지가 크다는 관측이 많다.

◆한국, ‘보급’에서 ‘산업육성’까지 시책전환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재생에너지 신규 보급용량은 신재생 공급의무화제도(RPS)와 정부 지원사업을 집계할 시 3078㎿이다. 특히 태양광이 2027㎿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우리나라는 1, 2차 석유파동 후 에너지원 다양화 및 에너지 소비구조 개선 등 필요를 실감해 1987년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을 제정, 태양열과 폐기물에너지 상용·보급을 시작했다. 이후 국내 최초로 2003년 중장기 계획(계획 기간을 10년 이상)‘에 해당하는 ‘2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목표는 1차 에너지의 5%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이었다. 해당 계획에서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태양광, 풍력발전, 연료전지 등 재생에너지원을 개발·양산할 의지를 천명했다. 또 공공기관 설치의무화제도와 10만호 태양광 주택보급사업, 인증제도 등 신재생 보급정책의 근간이 되는 시책들이 제안됐다.

2008년에는 제3차 신재생에너지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이는 최초로 국가에너지 최상위 계획인 에너기본계획(前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이 정한 신재생 보급목표를 반영한 계획이었다. 그리고 2012년 현 신재생 보급지원 정책인 RPS(신재생 공급의무화제도)에 구체적인 내용이 소개됐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종전보다 더욱 공격적인 목표를 담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반영해 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1차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년 6.5%, 2025년 10.3%, 2030년 14.3%까지 상향 조정했다. 또 논란이 됐던 폐기물 비중을 크게 줄이고 태양광 풍력발전을 핵심 에너지원으로 육성키로 했다.

이와 함께 태양광은 산지 훼손 등 자연경관 보존을 위해 임야를 지양하고 건축물 지붕·옥상과 벽면, 폐염전 등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또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농가 태양광과 작물 재배와 태양광 발전사업을 병행하는 영농형태양광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풍력발전은 서남해 해상풍력, 탐라해상풍력 등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에 힘쓰고 있다. 또 먼 바다에서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는 부유식 해상풍력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주민수용성과 환경성을 사전 확보하고 입지를 계획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계획입지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또 새만금 재생에너지 단지 등 대단위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을 통해 시장 형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 등을 동시에 꾀하는 중이다. 근래에는 단순 ‘보급’에 치우쳤던 그간 재생에너지 시책을 개선, 시장 확대가 산업육성으로 이어지도록 내실을 갖추는 걸 골자로 한 ‘재생에너지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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