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의 전성기가 도래하는 모양새다. 연료로서의 가스가 경제성, 환경 등의 요소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가스가 시민의 삶에 널리 퍼지고 있다.

구매에 제한이 있었던 LPG(액화석유가스) 차량은 이제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누구나 살 수 있다. 재앙으로 받아들여지는 미세먼지 해결책으로 LPG 차량이 떠올랐다.

도시가스는 점차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경제성으로 인해 군(郡) 단위 지역에 들어서지 못했으나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LPG 저장시설이 마을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인구가 밀집된 섬, 즉 면적이 넓은, 이를테면 제주도나 강화도 같은 곳에도 도시가스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이 오는 8월 들어설 예정이다. 강화도에도 면(面) 단위 지역에 LPG 도시가스 배관망이 등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신(新)남방정책의 핵심 요소도 LNG다. 3월 초 동남아시아 3국(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을 순회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브루나이에서 LNG 장기계약 체결을 언급했다. 오는 2024년 카타르와의 LNG 장기계약이 만료하는 만큼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이 처한 미세먼지 문제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석탄화력발전을 LNG로 바꾸는 사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브루나이가 LNG 장기계약을 입찰하면 우리나라가 이에 참여할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북방으로 눈길을 돌려도 가스가 보인다.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PNG(파이프 천연가스)가 대한민국으로 들어올 수 있다. 양국 사이에 파이프만 연결하면 값싸게 수입할 수 있다. 이 파이프는 필연적으로 북한을 통과하기에 남북경제협력에서 중요한 변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바라본 도심이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제공: 뉴시스)
서울 여의도에서 바라본 도심이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제공: 뉴시스)

◆ 가스 확대, 결국 환경으로 대동단결

2019년 1분기 현재 가스는 석탄의 대체재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인 석탄의 비중을 줄일 목적이다.

OECD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가 차지하는 국내 발전 비중은 46.2%다. 이는 OECD 평균인 27.2%를 약 20% 가까이 상회한다. 오히려 OECD 비회원국의 평균인 46.3%와 사실상 같다. 미국의 경우 30.7%, 일본의 경우 33.6%, 독일의 경우 37.0%로 대한민국은 ‘선진국’보다 더 많이 석탄에 의존하는 셈이다.

아직은 대한민국보다 경제 성숙도가 낮다고 평가받는 베트남도 39.1%의 비중을 차지한다. 주요 국가 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87.7%다. 인도는 76.2%, 중국은 67.1%다.

미세먼지는 이제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는 색깔이 검지 않은 흰색이어도 혐오의 대상이다. 당장 사용하고 있는 전기가 석탄으로부터 발생하는 점을 모르지는 않아도 당장 눈에 보이는 미세먼지가 ‘미운 오리 새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상황 속에 대한석탄공사 폐지론도 나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노원구병)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석탄공사를 조기에 폐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한국가스공사는 순항 중이다. 해외자원개발 부실 여파를 딛고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과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 13개국에서 ▲천연가스 탐사·개발·생산 ▲LNG 액화 사업 ▲해외 도시가스 배관 및 LNG 터미널 건설·운영 등 총 25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해외 LNG 사업에서 2017년 말까지 약 1조4000억원의 배당수익을 창출해 천연가스 요금 인하에 기여했다”며 “미얀마와 모잠비크 등의 탐사 사업은 국내 자원개발 탐사 사업 중 성공사례에 꼽힌다”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해외 사업 당기순이익 422억원을 달성했다.

해외자원개발의 중심 축을 담당했던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석유공사는 비상 상태다. 광물자원공사는 한국광해관리공단과의 통합을 앞두고 있다. 사실상 합병인 셈이다. 석유공사는 3월 초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가스공사는 사장 공백 상태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느긋한 입장인 셈이다.

LPG 충전소(제공: 뉴시스)
LPG 충전소(제공: 뉴시스)

◆ 에너지 복지의 핵심은 가스…값싸게 환경 기여

우여곡절 끝에 올해 처음으로 개장한 국회는 ‘LPG 차 시대’를 선언했다. 3월 12일 LPG 차량 구매 제한을 폐지하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여야 간 치열한 기 싸움 속에서도 이 법안은 지난달 19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해 공포·시행될 수 있게 됐다.

이날부터 일반인은 모든 신규 또는 중고 LPG 차량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해당 시·군·구청 소속 자동차등록업무 담당 기관에서 LPG 차량을 신규·변경·이전 등록할 수 있다.

자동차 구조변경업체에서 일반인이 기존 보유하고 있는 휘발유차나 경유차를 LPG 차량으로 개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LPG 연료는 1000원 아래다. 휘발유·경유가 1000원을 넘는 데 비해 훨씬 싸다. 기름 연료는 현재 유류세가 15% 인하됐음에도 LPG보다 비싸다. 오는 5월 인하 조치가 끝나면 LPG 차량에 대한 매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LPG 차량 구매 제한이 없어진 것도 결국 환경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클린디젤 정책을 폐기하면서 경유 퇴출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유에 대한 혜택은 이제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경유차를 없앰으로써 받는 혜택이 크다. LPG도 이 혜택 대상으로 포함되고 있다.

산업계 지형도도 변할 조짐이다. 정유사는 새 판을 짜야 한다. 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도 LPG를 생산한다. 하지만 이는 정제 과정의 부산물이다. 즉 생산량 조절이 어렵다.

반면 LPG 수입 기업인 SK가스와 E1은 호재를 맞이했다. 수입량을 조절해 영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두 기업의 주가는 급등했다.

도시가스 혜택도 ‘시골’까지 들어간다. 시골에는 거주 평균 연령이 높다. 즉 세대를 아우르는 도시가스로 거듭나는 셈이다.

한국LPG배관망사업단은 오는 2020년까지 신안군·울릉군·옹진군 등에 저장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내륙과 상당한 거리를 둔 지역들이다. 지금까지는 위험한 가스통에 의존해야 했다.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제주도는 ‘탈 LPG’를 맞이한다. 오는 8월 LNG 터미널이 들어선다. 보다 안정적인 도시가스 서비스를 누리게 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월 11일 반다르스리브가완에 위치한 브루나이 왕궁 ‘이스타나 누룰 이만’에서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 국빈만찬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월 11일 반다르스리브가완에 위치한 브루나이 왕궁 ‘이스타나 누룰 이만’에서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 국빈만찬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뉴시스)

◆ GAS IS REAL INTERNATIONAL THING

자원 빈국(貧國) 대한민국은 가스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울산 앞바다 동해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하고 있지만 미미하다. 사실상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현재 LNG는 카타르와 장기공급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이 계약은 오는 2024년 끝난다. 새로운 수입처를 알아봐야 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브루나이를 방문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장기계약 의지를 피력했다. 회담 과정에서 국내 미세먼지 상황까지 언급한 만큼 체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브루나이와의 회담은 중동 일변도의 자원 무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구축한다는 의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석유·가스 등의 자원은 중동에서 수입한다는 공식을 어느 정도 타파하는 셈이다.

가스는 북방 정책에도 포함될 수 있다. 러시아 극동에서 시작하는 가스관을 통해 직접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LNG는 액화 과정을 거쳐 선박에 선적한 후 다시 기화 과정에 들어가야 한다. 과정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PNG는 파이프만 만들면 기체 가스를 투입하면 그만이다.

남북 경협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친다. 파이프가 북한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남·북·러 3국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한다. 북한의 산업 인프라 확립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침체한 조선업 활성화에도 LNG가 한몫을 담당한다. LNG 운반선이 구세주로 등장했다. 경남 통영시고성군 지역구에서 4월 3일 열리는 보궐선거에서도 조선업 부활이 키워드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자유한국당 정점식·대한애국당 박청정 후보 모두 조선업을 언급하면서 선거 운동에 나서고 있다.

통영시에 기반을 둔 성동조선해양 살리기가 포인트다. LNG 운반선 제조 능력을 보유한 성동조선이 누가 당선되든 어느 정도 경영 능력을 회복한다면 지역 경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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