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팩토리, 넥서리스·JCI와 손잡고 ESS 화재예방 통합솔루션 선보여
BMS·전기뿐만 아니라 화학·소방적 관점 예방 솔루션 ‘눈길’
일본전지협회 등 해외서도 이목 집중

서울 성동구 티팩토리 본사 지하에 위치한 1.2MWh 용량의 피크 저감용 ESS
서울 성동구 티팩토리 본사 지하에 위치한 1.2MWh 용량의 피크 저감용 ESS

지난 1월까지 총 21건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발생했다. 전기제품은 화재율이 0.5% 미만일 경우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ESS 화재는 현재 1.5%를 넘어서 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해결책이 시급하다. 리튬이온 전지는 현존하는 전지 중 가장 효율이 좋은 저장장치 중 하나다. 같은 리튬이온 전지가 들어가는데 전기자동차에서는 화재가 나지 않고, ESS에서만 유독 화재가 많이 나는 이유는 뭘까.

전기자동차는 온도와 외부 충격 등에 의한 위험을 처음부터 전제하고 보호하는 기능을 갖췄다. 이에 반해 ESS는 이동하지 않아 외부 충격이 적고, 컨테이너 내에 습도 및 온도 조절기능이 갖춰져 있어 안전 기능에 소홀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 결과 업계는 ESS 안에 얼마나 많은 전기를 가장 저렴한 가격에 저장할 수 있느냐에 집중해 왔다.

이를 반영하듯 1400여개 사업장에 ESS가 설치되는 동안 ESS 화재와 관련된 연구과제는 단 한 건이었다.

티팩토리(대표 최형석)는 2017년부터 해당 연구과제를 주관해 왔다. 전기적 관점과 더불어 화학적, 소방적 관점에서 화재를 예방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조사를 하던 중 넥서리스와 존슨컨트롤즈인터내셔널(JCI)을 알게 됐다. 티팩토리는 넥서리스가 개발한 ‘오프가스 모니터링 시스템’의 한국 독점 공급사다.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티팩토리 본사에서 넥서리스와 JCI는 ESS 화재를 예방하는 기술에 대한 설명회를 가지고 시현하는 자리를 가졌다. 리튬이온 화재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이 자리에는 일본전지협회, 일본전력중앙연구소 관계자, 일본 제품평가기술기반기구(NITE) 관계자 등도 참석했다.

◆전기적 예방법 충분치 않아, 화학적 접근 필요

티팩토리는 2017년부터 ESS 화재 예방 연구과제를 진행하면서 처음에는 전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풀고자 했다. 그러나 전기적인 관점 외에 다른 관점에서도 문제해결 방안을 고민했다.

넥서리스는 2008년 미 해군 무인잠수함에서 1MWh 규모의 리튬이온 전지가 불에 타 전소한 사건을 계기로 화재예방 솔루션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미 해군이 요청하고 미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약 10년 동안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예방법을 연구한 결과가 오프가스 모니터링(Off-Gas Monitoring) 시스템이다.

넥서리스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기 전 ‘징후’에 주목했다. 배터리 내 온도가 올라가면 ‘픽’ 하고 가스가 빠져나오는데 이 현상을 벤트(vent)라고 한다. 그리고 벤트 시에 빠져나오는 가스를 오프가스라고 하는데, 오프가스는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열폭주가 발생하기 이전에 나오기 때문에 오프가스를 감지할 수 있다면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넥서리스의 주장이다.

이에 더해 현재 ESS 화재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BMS나 전기적 접근에 대한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BMS는 배터리가 일정한 전압, 온도, 조건에서 운용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화재와 같은 비상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셀을 더 안전하게 만들고 BMS를 더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것만으로는 화재를 완전히 예방할 수 없다고 넥서리스는 밝혔다.

지난 달 25일 랜디 스태이시 넥서리스 최고운영책임자는 성동구 티팩토리 본사 지하에 설치된 1.2MWh 규모의 ESS에 랙 마다 오프가스를 검출할 수 있는 센서시스템을 설치했다 .

(왼쪽부터) 랜달 스테이시 넥서리스 CCO, 데릭 샌달 JCI 매니저, 스티브 커밍스 넥서리스 최고운영책임자가 25일 열린 ESS 화재예방 시현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랜달 스테이시 넥서리스 CCO, 데릭 샌달 JCI 매니저, 스티브 커밍스 넥서리스 최고운영책임자가 25일 열린 ESS 화재예방 시현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센서시스템 설치후 시현회에서 오프가스 샘플을 이용해 커미셔닝 테스트를 수행한 결과 해당 시스템의 전원이 바로 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이 감지돼 ESS 시스템이 멈춘 모습
이상이 감지돼 ESS 시스템이 멈춘 모습

최형석 티팩토리 대표는 “미국 전력회사인 루즈빌 개스 앤 일랙트릭(LG&E)에도 설치 돼 있다”면서 “KS 공청회 당시 appendix C에도 UL9540A 오프가스에 관한 내용이 명시돼 오프가스 검출의 중요성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D급 화재 지정해 소방 관점에서도 안전 기해야

오프가스를 감지해 전원을 차단했다고 해도 배터리 화재 위험은 상존할 수 있다. 시그널 가스가 검출됐다는 것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한계 온도에 도달했을 때 이를 검출해 온도를 낮춰주는 소화약재를 뿌려 화재를 예방하는 것이 JCI가 제시한 소방 관점에서의 해결책이다.

예를 들면 식용유는 350°C에서 발화하는데 이 때 물을 뿌리면 폭발의 위험이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도 마찬가지로 발화점에서는 물을 뿌려 화재를 진압하거나 온도를 내릴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소방법에 따르면 모래로 덮으라고 돼 있는데, 습기가 전혀 없이 모래를 보관할 수 있는 방법도 여의치 않다.

JCI는 리튬이온에 특화된 소화약재를 뿌려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발화점을 낮춰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용유 온도를 300°C 이하로 낮추면 불이 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최만정 JCI 이사는 “JCI는 전세계 소방 산업에서 점유율 35%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빈번하게 발생하는 리튬이온 화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면서 “미국에서는 금속화재를 D급 화재로 규정하고 관리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ESS 화재를 D급 화재로 규정하고 이에 맞는 안전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넥서리스에서 제안하고 있는 오프가스 검출 시스템과 능동적 연기감지기를 결합한 통합형 ESS화재 예방 및 조기 소화시스템에 대해 깊게 공감하고 함께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본 관계자들 “한국 ESS화재 전세계가 주목 中”

25일 시현회에 참여했던 일본 관계자들은 오프가스 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되고 작동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일본 관계자는 일본도 ESS를 이제 막 도입하고 표준을 제정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고 설명했다.

이케야 토모히코 일본전력중앙연구소 부회장이 오프가스 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된 ESS를 둘러보고 있다.
이케야 토모히코 일본전력중앙연구소 부회장이 오프가스 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된 ESS를 둘러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 내 ESS 설치 과정을 보면서 비판할 지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일본은 아직 표준이 없지만 이렇게 에너지밀도가 높게 ESS를 설치하는 것은 현재로써도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신문에서만 봐 왔던 대용량의 ESS와 화재 예방 시스템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운 것에 대해서도 큰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케야 토모히코 일본전력중앙연구소 부회장은 “한국에서 연이어 발생한 ESS 화재와 관련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면서 “한국이 ESS 화재 사태를 어떻게 대응해 나가고 보완해 나가느냐에 따라 전세계 ESS 산업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