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부가 수소차 띄우지만
효율·비용·인프라 면에서 전기차가 우위 '한목소리'
수소차, 수소저장 탱크, 열관리, 비용 및 시장성 등 한계 주장
공기청정 기능은 창피한 이야기…수소폭발 가능성은 낮아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넥쏘’를 시승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넥쏘’를 시승했다.

국내에서 최근 미래 친환경차로 수소차가 부각되면서 전기차 대비 장단점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수소차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에너지 효율, 성능, 비용, 인프라 등을 따져봤을 때 결국 전기차가 글로벌 대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다.

일각에서는 수소차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과 바로 잡아야할 부분이 있다며 정확한 정보전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수소차가 직면한 여러 가지 한계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수소차의 정확한 명칭은 ‘수소연료전지차(FCEV)’다. 연료로 수소를 이용해 촉매에서 산소와 반응을 시켜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이용해 전기 모터를 구동한다. 전문가들은 ‘수소연료전지’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가지 태생적인 한계를 갖는다고 말한다.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수소차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서를 통해 “수소차는 전기차를 넘어설 수 없다”며 “태생적 한계로 인해 상품성에서 뒤져있는 비효율 운행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수소차의 가장 큰 한계는 ‘수소 저장 탱크’다. FCEV는 수소 기체를 싣고 다니는데, 수소는 자연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물질이라 충분한 질량을 보관하려면 저장공간의 부피가 매우 커야 한다. 그래서 제한적인 자동차 구조상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하는 방식으로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초기 FCEV는 200기압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700기압까지 높아져 현대자동차의 ‘넥쏘’처럼 600km 정도 달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주행거리는 이 이상 늘어나기 어렵다.

FCEV는 연료가 기체라는 근본적인 약점이 있다. 700~800기압부터는 압력만 올라가고 정작 중요한 수소 용량은 거의 증가하지 않게 된다. 즉 800기압이나 2000기압이나 저장 용량은 큰 변화가 없다. 그렇다고 고압수소탱크 개수를 늘리면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두 번째는 ‘열 관리의 한계’다. 연료전지는 발열 반응을 해 전기와 함께 열도 발생되는데, 수소연료전지는 수백겹이 쌓여 스택을 이루고 있다보니 이러한 저항 요소들 때문에 최대 효율은 60% 선이다. 수소 에너지의 40% 이상이 열에너지로 손실되는 셈이다.

FCEV는 냉각수를 스택 내부로 강제순환을 시켜 열을 흡수하고 라디에이터를 통해 방출하는 수냉식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열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 입·출구 사이 온도차를 최대한 줄여야하나 자동차 구조상 좁은 공간 때문에 라디에이터의 충분한 용량을 확보할 수 없다.

먼 미래에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연료전지가 개발되면 출력 밀도가 크게 높아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수소와 산소를 이용한 촉매 반응의 열 효율은 열 역학적으로 정해져 있어 발열을 수반한다.

세 번째는 ‘비용과 시장성의 한계’다. 현재 수소 생산은 화학 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에 의존하고 있으나 FCEV 시장이 커지면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할 수 밖에 없다. 이 때 필요한 전기는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발전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친환경 발전을 하려면 상당한 금액이 투입된다.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비싼 땅값, 험난한 지형, 변덕스런 기후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전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태양광·풍력 발전 비용이 저렴한 호주, 중동, 아프리카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압축·액화시켜 가져온 후 연료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면 되는데, 결국에는 수소 저장 시설과 물류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저장·운송 등 기타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국내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보다 수입해 들여오는게 싼 것은 맞다. 하지만 시장성은 여전히 전기차에 뒤떨어진다.

이상적인 연료전지가 낼 수 있는 최대 효율은 83%지만, FCEV는 40%대까지 떨어진다. 평균 90% 수준인 전기차 배터리의 열효율과 크게 대비된다. 게다가 복잡한 장치들 때문에 차량 중량 자체도 전기차보다 무거워 실 주행 연비는 더욱 떨어진다.

류 연구위원은 “수소도 전기 에너지로 생산해야 되고 에너지 손실까지 고려하면 결국 같은 전기로 운행할 수 있는 거리는 전기차가 우위”라며 “국내에서 태양광·풍력을 통한 친환경 발전에서 나온 전기로 전기차를 운행하는게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달리는 공기청정기? 수소폭탄?…오해와 진실

FCEV는 부산물로 화학 물질이 아닌 깨끗한 물을 배출해 궁극적인 친환경차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더해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넥쏘’를 출시하면서 친환경성을 강조하고자 부가적으로 ‘달리는 공기청정기’라고 광고·홍보했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은 “국내를 FCEV 테스트배드로 활용하는 것도, 장점을 알리는 것도 다 좋다”면서도 “그런데 미세먼지를 정화한답시고 ‘달리는 공기청정기’ 얘기를 하는건 정말 창피하다”고 꼬집었다.

FCEV는 다량의 공기를 빨아 들여 스택에서 수소와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하지만 연료전지에 유해 가스나 먼지가 유입되면 이상 화학 반응이 발생해 내구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순수한 산소만 필요하다.

FCEV는 공기 흡기구에 화학 필터를 사용해 대부분의 불순물을 걸러 주고 나머지는 가습기 필터, 스택의 공기확산층에서 흡수된다. 흡입된 공기에는 유해한 가스와 미세 먼지가 포함됐지만, 배출되는 물질은 순수한 물과 산소 농도가 줄어든 깨끗한 공기가 대부분이다.

즉 엄밀히 말하면 미세 먼지가 어떠한 반응으로 인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공기 컴프레서를 작동시켜 화학필터를 통해 물리적으로 걸러져 FCEV 내 쌓이고 있을 뿐이다. 물론 필터는 정 기적으로 교환해야 한다. 공기확산층에 쌓인 미세먼지는 스택의 수명도 단축시킨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남는 에너지로 정화장치를 가동하는게 더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전기차는 연비를 낮추고 추가 비용이 드는 장치가 필요없는데다 FCEV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기 때문에 구동력 외 에너지를 정화장치에 가동한다면 미세먼지를 더 많이 제거시킬 수 있다.

FCEV라고 하면 ‘수소폭탄’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수소폭탄에는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사용되며, FCEV는 수소분자가 사용돼 작동하는 원리가 다르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해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기 어렵다. 만약 공기 중에 있다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수소폭탄의 폭발력을 내려면 1억도 이상의 온도와 수천 기압의 압력이 필요하다.

FCEV는 단지 산소와 수소를 결합시켜 전기를 생산할 뿐이고, 수소탱크용기의 저장 압력이 높은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고려해 설계 및 검증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안전성은 일반 내연기관, 압축천연가스(CNG) 차량과 비슷하다.

수소는 공기보다 14배 정도 가벼워 누출시 공기 중으로 빠르게 날아간다. 화재가 발생해도 누출된 수소에 불이 붙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넥쏘의 수소연료탱크, 연료 공급 시스템, 연료전지 스택에는 실시간으로 수소 누출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감지 센서가 장착돼 있어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화재로 주변 온도가 과도하게 올라가면 안전밸브를 통해 수소연료탱크 내부의 수소 가스를 신속하게 강제 방출하기 때문에 수소가 가득찬 탱크가 폭발하는 일은 없다”며 “심지어 차가 완전히 불타버린다 해도 수소연료탱크 외부 표면에 내화재를 적용했기 때문에 수소연료탱크는 폭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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