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 기자
정현진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가 확정됐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양국 정상이 8개월 만에 다시 만나 어떤 담판을 지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한 데 쏠리고 있다.

단연 이슈는 ‘비핵화’. 지난해 9월 1차 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의사를 밝힌 후 전문가들은 2차 회담에서 양국이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을 구체화할 가능성을 전망했다.

북한 핵 개발의 상징인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 마치 평화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될 것만 같은 기대감 가득한 언론 보도가 잇따라 쏟아진다.

언제부터 ‘핵’이 위험, 긴장, 공포와 같은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을까.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만큼 에너지 정책을 놓고 ‘친원전 대(對) 탈원전’ 구도로 극성스레 대립하는 나라도 없다.

정치적 이념이 덧씌워져 양측은 끝없는 갈등 속에 자기 주장을 해댔다.

원자력계는 ‘원자력’이라는 용어 사용으로 순기능을 부각해왔다. 반면 환경단체·시민단체는 의도적으로 ‘핵’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핵무기’나 ‘핵폭발’ 이미지를 연상시켰다. 이들은 ‘핵발전소’, ‘핵폐기물’ 등 ‘핵’이 들어간 용어를 줄곧 사용해왔지만, 이후 내부 논의를 통해 정부와 대중에게 통용되는 ‘원자력’을 사용하는 추세다. 용어가 바뀐다고 해서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단체들은 ‘핵발전소’가 아닌 ‘원자력발전소’라 표현하더라도 잠재된 위험성을 알리는 데 충실하기로 뜻을 모았다.

최근 한 원자력계 세미나에서 만난 전공 교수는 “원래 미국에서는 ‘원자력’을 ‘Nuclear Power’라고 했는데 요즘은 ‘Nuclear Energy’로 바꿔 부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Nuclear Power’라고 하면 발전원으로서의 원자력과 핵무기로서의 원자력을 동시에 뜻하기 때문에 ‘Nuclear Energy’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안전한 용어로 순화(?)한 거라나.

‘발효’와 ‘부패’가 화학식은 같지만, 한쪽은 훌륭한 먹거리가 되고 다른 한쪽은 음식물쓰레기로 전락해버리듯, ‘우라늄을 핵반응시키는’ 근본적인 성질은 같지만 발전원이 될 수도 있고 핵무기가 될 수도 있다.

이는 바꿔 말해보면 ‘원자력’이라고 하든 ‘핵’이라고 하든, 결국 용어 차이는 대중의 인식과 뉘앙스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념적 갈등은 차치하고 국민에게 무엇이 실익이 될지 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때다.

곧 베트남에서 조우하게 될 북미 두 정상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약속하고 평화의 불씨를 지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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