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31일 LNG 수입업자에게 징수하던 수입부과금을 사실상 없앴다. 발전용 LNG 수입업자에게 징수하던 수입부과금은 1kg당 24.2원에서 3.8원으로 대폭 줄였고, 열병합용 LNG 수입업자에게 부과하던 세금도 전액 환급키로 했다.

정부가 갑자기 LNG 수입업자에게 선심을 쓴 이유는 한가지다. LNG를 더 많이 쓰게 하고 그만큼 석탄을 덜 쓰게 하기 위해서다. 즉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이다. 풀어 말하면, 정부가 골칫거리인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세수까지 포기한 것이다. 물론 원유와 석유제품의 경우는 그대로 1리터에 16원의 수입부과금을 징수키로 했다. 원유와 석유제품 그리고 LNG를 통해 거둬들인 세수는 2017년 1조8000억이 넘는다. 미세먼지 관련 환경비용이 유연탄과 LNG가 약 2:1(85원:43원) 수준이지만, 현행 제세부담금은 1:2.5(36원:91.4원)수준이라 환경비용에 부합토록 LNG 수입부과금을 조정하는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작금의 대기환경을 놓고 볼 때, 정부의 고육지책이 눈물겹다. 오죽했으면, 2조원에 달하는 세수를 포기하는 정책을 펴겠는가 말이다. 고민을 십분 이해하지만, 박수는 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안이 없다면 모를까 버젓이 원전이라는 대안이 있는 데도 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정세 덕에 저유가 기저가 3년째 이어지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런 상황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에너지업계는 모두 주지하고 있는 명제다.

저유가에 취해 망각한 척 하고 있지만,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던 때가 불과 몇 년 전이다. 세일가스를 놓고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의 힘겨루기 때문에 싼 기름과 싼 가스를 쓰고 있는 현실이 독이 돼서는 안 된다.

에너지정책은 상황별로 적확한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단기는 물론 중장기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정책을 짜고 운영해야 한다. 모든 에너지원이 전기로 집중되고 있고, 이런 추세는 더 가속화된다는 사실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전기의 사용량은 점점 늘어나게 되고, 전기 생산량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세계가 공히 마찬가지다. 저유가 시대가 가고, 고유가 시대가 도래 했을 때 맞춤형 시나리오가 촘촘하지 않으면 바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다. 원전과 석탄 가스 그리고 신재생전원을 섞는 에너지믹스 정책을 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에너지분야 유일의 국책연구기관 장이 에너지 정책은 정치와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게 될 말인가. 수십 년 동안 에너지업계의 하나된 목소리는 에너지는 정책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과 에너지 정책 전담부서 설립이다. 정치논리에 전기요금이 휘둘리고, 전원 정책이 뒤바뀌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은 아니다. 원전 하나를 세우는 대신 가스발전소 서너기를 돌리는 것이 당장은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시류를 거스르는 정책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원전을 안 짓고, 줄이면 원전 생태계가 파괴되고 파괴된 원전 생태계는 경제 전반으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 특히 원전은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자립한 전원인 데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분야다. 기술의 황무지에서 기술을 길러 수출까지 한 옥동자가 바로 원전이다. 사촌격인 원전해체사업 역시 우리나라가 사업으로 키워낼 수 있는 블루오션에 다름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국가 대표산업이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고사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만 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우려는 현실이 된다. 지금 가동하고 있는 원전까지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원전은 유럽에서조차 대안전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발전원이다. LNG 수입부과금을 없애는 정책도 석탄화력을 줄이는 정책도 좋다. 여기에 더해야 할 정책은 원전 활용이다. 원전 신설에 찬성하는 국민청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원전 정책은 대통령과 집권자들 몇 몇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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