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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서울 시내 유이(唯二) 연탄공장 고명산업…“시대의 끝자락, 연소(燃燒) 진행 중”
박정배 기자    작성 : 2019년 01월 31일(목) 13:20    게시 : 2019년 02월 01일(금) 11:20
서울 금천구 시흥동 금천구청역 인근에 소재한 고명산업㈜, 오른쪽 아래에 먼지 발생 방지를 위한 물웅덩이가 있다.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중 한 구절이다. 내포된 뜻은 버려진 것이라도 제 역할을 다 한 존재에 대해 무시하는 마음을 버리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해년 음력 1월 1일, 설을 전후한 현시점에 연탄은 사실상 금(金)탄이 돼 감히 함부로 발로 찰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연탄이 가진 가치(가격)는 올랐지만 ‘친환경’이 키워드로 떠오른 현재 실질적 가치는 ‘애물단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추세다.

하루가 다르게 각종 마천루가 스카이라인을 화려하게 바꾸는 서울 하늘 아래 유물이나 다름없는 연탄공장이 아직 존재한다. 동대문구 이문동의 삼천리이앤이와 금천구 시흥동의 고명산업이 유일한 두 곳이다.

사양길에 접어든 연탄 산업의 현실과 이에 따른 저소득 소외 계층의 고충을 직접 듣기 위해 고명산업을 찾았다.
고명산업은 ㈜우성에프엔피가 개발한 친환경 연탄을 생산해 판매한다.

▲ “연탄이 친환경 되지 말란 법 없는데…”

‘친환경’과 ‘연탄’, 이 시대의 상반된 키워드지만 고명산업은 입구에서부터 ‘친환경 연탄’을 홍보했다. 연소 성능 향상을 위해 산소수(酸素水)를 첨가한 연탄으로, 연소성이 좋아져 ‘연탄가스’, 즉 일산화탄소(CO)의 발생량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또 이 연탄은 착화성 향상으로 불이 붙는 온도가 50℃에 불과해 연탄 점화가 순조롭다. 그만큼 악취를 유발하는 아황산가스(SO²)가 적다.

매연은 줄어들고 착화성이 향상돼 자연스럽게 화력이 증대되고 이를 통한 에너지 절감 효과가 약 10%에 이른다는 전언이다.

이 기술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서 시험을 치른 결과 산소농도는 평균 9.75%에서 10.05%로 30.7% 증가한 대신 일산화탄소는 평균 4649ppm에서 1386ppm으로 70.19%, 아황산가스(SOx)는 평균 52ppm에서 22ppm으로 57.7% 감소하는 효과가 입증됐다.

이를 통해 고명산업 박병구 대표는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2017 중소기업품질대상에서 연탄제조(친환경 연탄) 부문 수상에 성공하기도 했다.
고명산업은 경부선 철도 바로 옆에 있다.공장 부지도 코레일 소유다.

▲ 7080 그야말로 ‘리즈시절’…지금은 반의 반의 반의 반 토막 정도

하지만 이 같은 R&D(연구개발)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도도한 흐름은 비껴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고명산업에서 21년째 근무하고 있는 신희철 전무이사는 “석탄이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이끌던 1970~1980년대에는 서울에만 연탄공장이 19개가 있었다”며 “하루 소비량이 1200만 장이었는데 지금은 20만 장 정도로 줄었다”고 회고했다.

현재 명칭인 고명산업은 1997년에 탄생했다. 그전에는 1964년 삼천리연탄이 현 위치에서 연탄을 생산했다. 신 전무는 “삼천리 시절에는 한때 직원이 80명이 넘었다”며 “고명산업으로 이름이 바뀐 후에도 최대 35명까지는 굳건했다”고 전했다.

현재 고명산업 직원은 25명이다.
연탄 생산 라인을 따라 도매상 트럭이 줄지어 있다. 오른편에는 최근 지어진 롯데캐슬 아파트가 보인다.

▲ 지역주민 민원 속 퇴출 위기 ‘조마조마’

이문동 소재 삼천리이앤이는 주변이 온통 주택가라 민원으로 몸살을 앓는다는 전언이다. 이로 인해 동대문구청과 협의하면서 이전 논의가 구체화했다.

반면 고명산업 주변은 지난 몇십 년 동안은 금천구청역의 전신 명칭인 시흥역이 사실상 유일했다. 그래서 삼천리이앤이보다는 한결 여유로웠다.

그러나 금천구청이 들어서고 시흥역이 금천구청역으로 이름이 바뀌고 롯데캐슬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이제는 이전 요구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신 전무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주민의 생활 편의를 위해 트럭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입구에 웅덩이를 만들어 물을 채워 비산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쓰고 있는 이 땅은 코레일 소유”라며 “임대해서 사용하는데, 연간 임대료가 4억원이라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신 전무는 고명산업의 향후 계획에 대해 막연한 희망을 언급했다. 그는 “하는 데까지 해야 한다”며 “해마다 자연 감소하는 비율이 20%로 이제 장기전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명산업 박병구 대표는 “연탄을 찾는 사람은 항상 있게 마련”이라며 “그들을 위해 연탄공장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탄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취약계층이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각종 기업, 연예인, 운동선수들이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도 연탄을 사용하는 이들이 힘없고 가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환경 논리 앞에 연탄 가격은 해마다 오르고 있다. 정부는 공장도 연탄가를 2016년 14.6%, 2017년 19.6%, 2018 19.6% 등으로 꾸준히 인상했다. 오는 2020년 연탄공장에 지급됐던 연탄제조 보조금이 폐지되면 가격은 더 뛸 수밖에 없다.

서울 평지 기준 소비자 가격은 2016년 1장 600원에서 최근에는 800원으로 올랐다. 언덕이나 달동네는 배송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1000원을 넘기도 한다. 정작 연탄은 달동네에서 많이 쓴다.

고명산업도 구(區) 정부의 방침 속에 풍전등화 입장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대단위 주거지로 롯데캐슬 아파트가 조성됨에 따라 유동인구가 증가했다”며 “이로 인해 주변 연탄공장인 ‘고명산업’과 ‘폐저유소’ 부지는 주민의 위생 및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유 구청장은 “코레일이 소유하고 있는 금천구청역 복합역사 개발은 단순히 역사만을 개선하는 사업이 아닌 ‘역사’ ‘고명산업’ ‘폐저유소’ 부지 전체를 함께 복합 개발하는 사업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같은 속사정 속에 1월 30일 오전 고명산업 사무실에는 연탄 도매상들이 방문하며 역시나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현금’ 1만원권을 다발로 지급한 뒤 트럭에 직접 연탄을 차곡차곡 싣고 목적지로 떠났다.


박정배 기자 pjb@electimes.com        박정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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