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개발한 QN1 탑재…노이즈 캔슬링 처리속도 4배↑
전용 앱으로 다양한 기능 조절 가능

아이유가 썼던 실버톤의 소니 WH-1000XM3.
아이유가 썼던 실버톤의 소니 WH-1000XM3.

소니의 WH-1000XM3는 업계에선 흔히 ‘마크3’라고 부르지만 더 친숙한 단어는 ‘아이유 헤드폰’이다.

아이유가 광고에서 착용했다는 이유로 1000X시리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고 주변에서 어떠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부득이하게 소니 측에 제품을 요청해 받았다.

사실 얼마 전까지도 ‘b’ 헤드폰을 내 몸같이 달고 다니던 터라, ‘헤드폰 쯤이야’라는 마음이었고 주변 소음을 상쇄하는 노이즈 캔슬링도 ‘당연한’ 기술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크3는 첫 만남부터 내 오만을 비웃었다.

▲타원형 헤어밴드…요다현상 이젠 ‘안녕’

마크3의 이어컵은 귀 모양과 닮은 타원형이며 소리가 나오는 공명판까지의 깊이도 전작보다 깊어졌다. 그래서인지 동그란 모양의 헤드폰보다 착용했을 때 이어컵이 귀를 누르는 면적이 적어 매우 편안하다.

헤드밴드는 일반적인 헤드폰처럼 원이 아닌 타원형 형태로 제작됐으며 특히 헤드밴드 가운데에는 눈에 띌 정도로 두꺼운 쿠션을 장착했다. 스타워즈의 그랜드마스터, 요다가 헤드폰을 쓰면 윗부분이 떠서 머리가 크게 보인다는 요다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출근길, 머리카락이 덜 마른 상태에서 쓰면 헤드밴드 따라 수도로 내리친 것처럼 움푹 파인 저 세상 헤어스타일 연출이 가능했다.

케이스는 하드케이스로 오버이어 타입인 만큼 성인 남성 손바닥보다 크다. 다만 군대 수통처럼 타원형의 납작한 모양으로 제작돼 가방에 넣고 다니는데 부담이 없었고, 파스텔 톤의 페브릭 재질로 디자인이 뛰어났다.

단점이라면 수납을 위해 이어폰을 90도 돌려야 하는 까닭에 목에 걸었을 때 각이 살지 않는다는 부분 정도다.

▲QN1칩 탑재로 노이즈 캔슬링 업그레이드…소음을 지우다

감히 말하기를, 마크3의 노이즈 캔슬링을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아직 노이즈 캔슬링을 제대로 만난 적 없는 것이라 단언한다.

그만큼 마크3의 노이즈 캔슬링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기존 쓰던 ‘b’사의 최신 헤드폰도 물론 뛰어났다. 그러나 마크3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작동하면 거짓말 좀 더 보태서 ‘안들린다’.

처음에는 감탄이 나왔다. 이정도로 착용감이 좋은데, 노이즈 캔슬링까지 완벽에 가깝다니. 가장 작은 볼륨으로 노래라도 틀면 정말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전작 마크2도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뛰어났는데 여기다 자체개발한 고음질 노이즈캔슬링 프로세서 ‘QN1’을 탑재하며 처리 능력이 약 4배 향상시킨 덕분이다.

그렇게 3일 정도 지났을 무렵. 헤드폰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사람과 자동차는 움직이는데, 나한테만 무성영화다. 노이즈캔슬링을 넘어 청각을 잃은 듯한 느낌마저 든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회사 선배도 ‘공황장애’ 올 것 같단다. 결국 집이나 카페처럼 움직임이 적은 곳에서만 써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만큼 고요하고 거룩하다.

▲숨은 기능 곳곳에…나보다 똑똑한 헤드폰

아이언맨의 갑옷과 같은 ‘마크’시리즈 답게 마크3는 기능이 많다. 전용 앱을 통해 이퀄라이저를 비롯해 콘서트장, 야외 등 손쉽게 조절 가능하며, 소리가 나오는 방향을 전후좌우로 설정할 수 있다. 기기가 자동 종료되기까지 대기시간을 설정할 수도 있으며 배터리 잔량 또한 확인 가능하다.

여기에 주변 소리를 인지하고 노이즈캔슬링 모드를 전환해주는 시스템도 설정할 수 있는데 색다른 기능이지만 자주 소리가 바뀌어 되레 성가실 때도 있었다.

사실 매번 핸드폰을 꺼내는 것도 귀찮다. 개발자가 이런 귀차니즘을 공감했는지, 헤드폰 자체만으로도 여러 기능등을 사용할 수 있다.

왼쪽 이어폰 하단의 버튼으로 노이즈 캔슬링이나 ‘앰비언트(Ambient) 사운드’로 전환할 수 있다. 엠비언트 사운드란 말 그대로 주위 소리에 집중하는 것으로, 음악이 들리는 가운데 주변의 소리를 확대해서 듣게 해주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헤드폰을 쓴 상태로 대화가 가능하지만, 반대로 상대가 대화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해당 버튼을 길게 누르면 로봇이 된 듯 신호음이 들리며 주변을 분석해 노이즈 캔슬링을 최적화 하기도 한다.

오른쪽 이어폰에는 터치패드가 내장돼 음량과 재생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패드를 손으로 막으면 주변 소리가 전개되는 ‘퀵 어텐션’ 기능이 있어, 버스정류장 안내 음성을 듣겠다며 헤드폰 한쪽 귀만 제치는 멋 떨어지는 짓을 하지 않아도 됐다.

▲2월까지 진공 보온병을 사면 헤드폰이 덤?

결론적으로 마크3는 헤드폰에 충실하게 맞춰 성능을 극대화 한 제품이다. 착용감과 함께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강화했고 사용자의 다양한 환경을 고려했다. 블루투스 제품에서 음질을 기대하는 것도 우습지만, 절대 소니의 격을 떨어뜨리지도 않는다.

반면 음성통화 용도로는 거의 사용할 수 없었다는 점, 49만9000원의 비싼 가격은 어쩔 수 없는 흠으로 남는다.

다만 2월 말까지 홈페이지에서 정품등록 하면 헤드폰 스탠드, 64GB 메모리 카드, 진공 보온병과 난방텐트 중 1개를 제공하니 이를 핑계대고 질러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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