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취재를 맡고 나서, (조금 과장을 섞자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얘기는 ‘전력시장 개방’, ‘에너지 시장 구조 개편’ 따위의 말들이었다. 에너지업계의 오래된 숙원이지만 영 해결이 어려운 골칫거리인 듯 했다.

해외에서 전력시장은 블록체인, 통신사업 등과 결합하면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개인끼리 전력을 사고 팔고, 새로운 사업이 만들어진다. 창업의 발판이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시장 개방을 바라는 이들이 많지만 벽은 높다. 시장 창출의 기회를 일부 국민은 모른 채, 일부 이해관계자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 보고만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의지가 없다면 (개방은/개혁은) 안 된다’ 류의 이야기를 자주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말 그랬다. 현실적으로 한전과 가스공사가 독점체제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였고, 이를 관리하는 국가가 총대를 메기에도 여러 부담이 따를 것이 명백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마냥 기다리기엔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청년 취업난이 너무 심하다. 에너지 신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질 시장이 필요하다. 이 와중에 정부가 내놓는 일자리 정책을 살피다 보면 변화를 거부하고 눈을 감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말 정부가 내놓은 단기일자리 중엔 '국립대학교 빈 강의실 불끄기 아르바이트'가 있었다. 물론 언론으로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지능형 전력계량시스템(AMI)을 설치하면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전력 사용량을 알 수 있지만, 그 대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전력량을 재는 검침원들의 정규직화도 논의 중이다.

습관처럼 되뇌는 ‘일자리 창출’, ‘신산업 육성’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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