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등 ‘다각화’ 통해 변수에 강한 체질 行”

지난 수년간 호황을 누렸던 정유업계가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을 맞이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초부터 몰아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하락에 따른 실적 조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해 10월 4일 배럴당 84.44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12월 평균 가격이 배럴 당 51.58달러로 바닥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난 11일 국제유가는 배럴당 61.16달러를 기록하는 등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해 4분기 유가 급락 양상이 2014년 유가 급락 상황과 유사하다”며 “최근 급락한 국제유가가 2015년의 경우처럼 국내 정유업계에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제 유가하락이 정유업계의 원가절감과 글로벌 수요 반등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분석하기 때문이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 14일자 보고서에서 “2019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55~60달러로 연중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정유업계는 원가절감에 따른 이익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연구원은 “정유업계 매출원가의 5~6%를 차지하는 연료비용이 올해 배럴당 최대 2달러까지 감소하는 등 원가절감이 가능할 것”이라며 “정유사 연료비 변동의 핵심은 수소 가격”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동일 보고서에서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업계가 2018년 말 유가 급락과 정제마진 악화에 따른 실적 우려감에 따라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했던 만큼 향후 정제마진과 국제유가 반등이 기대되는 현시점이 저점 매수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업체들의 수익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정제마진의 빠른 회복세도 전망하고 있다. 겨울철 등·경유 수요 본격화, 저유가에 따른 글로벌 수요촉진, 1분기 정유업계의 본격적인 정기보수 돌입에 따른 휘발유 공급량 감소에 따라서다.

노우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6월 정제마진이 저점을 기록한 후 빠르게 반등했던 것과 비슷하게 올해 초 아시아 정제마진이 반등할 것”이라면서 “그 시점이 머지 않았으며 중장기적인 환경에 따른 마진 흐름도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정제마진 반등과 국제유가 동반 상승 기조에 따라 올해 1분기 정유업계 실적이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증권업계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업계가 정제마진과 국제유가 등락에 영향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본사가 올해 추진하고 있는 BM(Business Model) 혁신에 업계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SK이노베이션은 고성장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강력하게 전개해 국제유가 같은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는 수익구조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가전 전시회 CES 2019에서 가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100GWh까지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정유업의 안정적 수익에 따른 대규모 투자를 발판 삼아 2019년부터 가시적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 급팽창에 따라 배터리 사업부 가치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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