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할 수 없는 나라가 있다. 반대하는 사람이 누구이고 몇 명인지. 또 의도와 목적도 상관 없다. 풀어 말하면 풍력발전소나 태양광발전소 등 발전사업을 하려면 해당 지역주민의 100% 동의서를 제출해야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외국 얘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 얘기다. 단 한 표라도 많으면 대통령에도 당선되는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기준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주민 수용성을 명분 삼아 주민 100% 동의를 받지 못하면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전국적이다.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장은 법을 이유로 주민들의 눈치를 보고 있고,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

‘주민 100% 동의’가 현실성이 없다는 재생에너지업계의 볼멘소리가 아니더라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정책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가장 우선 해결해야 할 수용성 문제를 아무 기준도 마련해주지 않고 사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런 문제는 태양광보다 풍력 쪽이 심하다. 거의 전국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구에서는 9개 마을주민들이 규합해 정부에 풍력발전단지 인허가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시위까지 벌이는 일까지 발생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150여명이 150km나 떨어진 지방환경청까지 원정을 가 읍소했다.

영양군 석보면 주민들은 “찬성 주민 460명 모두 사업자와 자발적으로 협약을 맺었다”며 “일부 반대 측 소수 의견만 듣고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업을 가로막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찬성주민이 압도적으로 많은 데도, 100% 동의를 받지 못했다고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지역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체 주민의 3분의 2라든지, 70% 이상이라든지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해야지 무조건 100%라고 못을 박으면 누가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행정 편의를 위해 현실을 외면하면 지역주민들간의 갈등은 점점 늘 수밖에 없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적절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 지자체에 내려 보내는 것이다. 3분의 2든, 75% 이상이든 중지가 모이는 기준이면 될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단지를 계획하는 계획입지 정책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가 입지를 계획하고 지정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여기에 더해 주민 수용성 확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해줘야 한다. 입지만 지정하고 사업자에게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계획입지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안전에 대한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 이게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사업은 아니다. 더구나 재생에너지는 규제가 독이 될 수 있다. 기술개발도 막고, 사업화도 위축시킨다. 원전이든 재생에너지든 에너지는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사업이다. 말로만 규제 완화를 외치지 말고, 하루빨리 말도 안 되는 규제부터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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