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에 미국 경기마저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동반 하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외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양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에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다’며 세계 경제의 올해 성장률이 2%대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세계 경제의 핵심 변수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동향이다. 두 나라 모두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 중국은 과도한 부채에 눌리고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경착륙이 예상된다. 한국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두 나라에 대한 우리의 수출 의존도가 4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다. ‘R의 공포’가 R(restructuring·구조조정)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와 금융업에선 감원 및 성과급 삭감 바람이 불고 있다. 항공업, 소매업계에도 구조조정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바람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투자에 필수적인 규제 혁신은 더디고,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같은 친노동 정책에 기업들이 투자를 미룬 채 몸을 사린다고 진단한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신성장동력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조선·철강·자동차산업이 흔들리고, 믿었던 반도체산업도 전망이 어둡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투자 위축이다. ‘투자 저하-생산 감소-일자리 감소-소득 감소’라는 국민경제의 악순환 고리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투자가 위축되면서 취업자 가운데 20·30대 비중이 줄어드는 등 고용환경 악화는 이미 현실이 됐다.

정부도 이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삼성·현대기아차·LG·SK 등 4대 그룹 총수 등 기업인들을 대거 청와대로 초청,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수들을 다그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적절한 투자유도 방안과 규제 완화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산업연구원은 한 보고서에서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제조업내 공급 과잉을 완화하는 동시에 민관 투자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구조적으로 투자환경 개선과 규제 혁신에도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기업인들은 규제가 여전히 너무 많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업종이나 산업에 있어서는 최소한 국제적 기준에 비슷한 규제를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동유연성도 최소한 다른 선진국이나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만 해달라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기업들이 잘 돼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원칙을 우리 모두가 마음에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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