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개 컨테이너 실은 ‘칼리로에’호 출항 1월 내 한국 도착 예상
그린피스 “환경부, 기업 플라스틱 사용량 규제로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이번에 반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난해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총 6500톤 중 민다나오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에 압류돼 있던 1400톤이다. (출처:그린피스)
이번에 반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난해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총 6500톤 중 민다나오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에 압류돼 있던 1400톤이다. (출처:그린피스)

한국발 불법 수출 플라스틱 쓰레기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린피스는 13일 오후 11시(현지시간)에 필리핀 민다나오섬 미사미스 오리엔탈에 계류 중이던 한국발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 1400t이 ‘칼리로에 V852S(KALLIROE V852S)’ 호에 실려 출항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담긴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해운사 머스크 라인 (Maersk Line)에 따르면 칼리로에 호는 13일 필리핀 카가얀데오로(Cagayan de Oro) 항 민다나오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Mindanao International Container Terminal)에서 출발했다. 그린피스는 해당 쓰레기가 약 2주간 이동해 이달 안에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반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난해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6500t 중 민다나오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에 압류돼 있던 51개 컨테이너에 담긴 1400t이다. 앞서 7월에 수출된 5100t은 아직 민다나오섬 내 수입업체 베르데 소코 (Verde Soko) 부지에 방치돼 있다. 

환경단체연합 에코웨이스트(EcoWaste) 관계자에 의하면 남은 5100t의 쓰레기는 재포장 후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에 한국으로 반송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에서 돌아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국내 재활용이 어려워 수출했기 때문에 국내 반입 시 소각처리 될 가능성이 크다.

 

존 시몬(John Simon) 미사미스 오리엔탈 지역 타골로안 민다나오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 세관장은 “한국과 필리핀 두 국가는 바젤협약에 근거해 각 나라에서 발생한 유해 쓰레기를 서로에게 이동시키지 않을 책임과 의무가 있다”며 “각 국가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국발 유해 쓰레기가 더 이상 필리핀으로 유입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는 제품 용기, 과자봉지, 그물망 등 갖가지 폐플라스틱과 생활 폐기물이 뒤섞여 방치돼 있다. (출처:그린피스)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는 제품 용기, 과자봉지, 그물망 등 갖가지 폐플라스틱과 생활 폐기물이 뒤섞여 방치돼 있다. (출처:그린피스)

한국발 불법 플라스틱의 본국 반환 요구를 지속해온 에코웨이스트는 이날 현장에서 “한국 쓰레기 필리핀 수출 그만”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를 준비했다. 에일린 루체로 (Aileen Lucero) 에코웨이스트 코디네이터는 “해외 국가의 유해 쓰레기 유입을 반대하는 것은 필리핀의 국가 존엄과 주권을 지키고, 우리 공동체에 초래하는 부작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며 “훨씬 더 많은 양의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가 여전히 그대로 방치돼 있는데, 한국 정부는 인근 주민의 건강을 위해 하루빨리 남은 쓰레기도 환수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 11월부터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는 필리핀 사무소와 협력해 한국과 필리핀에서 이번 사태를 대대적으로 알려왔다. 필리핀 사무소 캠페이너 아비가일 아길라 (Abigail Aguilar)는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이 재활용되는 비율은 고작 9% 수준으로 이제는 재활용보다는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하며, “한국같이 경제력 수준이 높은 국가들이 필리핀과 같은 약소국가에 그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는 해당 국가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김미경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은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 문제를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해결하려는 환경부의 조치와 책임감 있는 리더십을 환영한다"면서도 “현재 환경부가 제시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정책은 생산자편의와 폐기물 관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일회용 플라스틱의 과다한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번 사건의 재발방지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환경부가 국내 기업의 무분별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은 2015년 기준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132kg로, 타 해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소비량이 매우 높다. 이에 따른 폐기물 양도 많은데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 국내 매립지는 거의 포화상태에 도달해 소각 시 환경오염 및 건강 피해 등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다.

특히 국내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주로 중국으로 수출해 왔는데,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 이후에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수출하며 그 처리 책임을 전가해 왔다.

우리나라에서 필리핀에 2017년에는 4397t,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 1만 1588t을 수출했다. 최근에는 동남아 국가들 역시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하고 있어 근본적인 국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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