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풍력 찬성 주민 “일부 소수 탓에 사업 지연”
풍력업계, “全주민 동의 요구는 행정 편의 불과"

대구지방환경청 앞에서 영양제2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찬성하는 발전소 인근 9개 마을주민들이 환경부에  인허가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 앞에서 영양제2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찬성하는 발전소 인근 9개 마을주민들이 환경부에 인허가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100명 중 1명이 찬성하지 않을 시 주민 수용성 확보는 실패한 것인가.”

14일 대구 달서구 대구지방환경청 정문 앞으로 청년과 노인, 어린아이까지 150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영양 제2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찬성하는 영양 석보면 인근 9개 마을에 사는 주민들로, 환경부에 단지 건설 동의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기 위해 150km 떨어진 대구를 찾았다.

이날 성명서를 낭독한 조낙현 요원2리 마을 이장은 “찬성 주민 460명 모두 GS와 자발적으로 협약을 맺었다”며 “일부 반대 측 소수 의견만 듣고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업을 가로막고 있다.” “주민들은 조속히 사업이 진행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조 이장은 “반대 측은 일부 소수 지역민과 대다수 사업과 관련 없는 다른 군 지역민만 있다”며 “이들이 잘못된 정보를 적은 현수막을 걸거나 언론에 거짓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이들 의견으로 사업을 중단하는 건 지역주민인 영양군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이어 “실제 반대에 앞장서는 일부 타 지역주민은 이미 다른 회사와 합의해 뒷돈을 받았다는 소문도 있다”며 “반대하면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등 일부 찬성 주민을 회유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사업자와 공무원에게 온갖 욕설과 비난을 일삼는 형태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찬성 주민들은 이날 환경청 정문 앞 도로에서 두 시간 동안 성명서 낭독과 피켓시위를 했다.

한편 찬성 주민이 시위를 펼친 대구지방환경청 한쪽에선 단지 인근 삼의리 마을 주민 중 한 명이 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했다. 그는 “영양군은 국내 최대 풍력단지 밀집 지역”이라며 “더 단지가 조성되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고 비판했다.

◆“바람은 그냥 두면 바람”

찬성 시위가 펼쳐진 대구지방환경청 한 켠에 반대 주민이 1인 시위를 하는 현장
찬성 시위가 펼쳐진 대구지방환경청 한 켠에 반대 주민이 1인 시위를 하는 현장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둘러싼 이 같은 주민 간 갈등 양상은 이제 쉬이 찾아볼 수 있다. 주민 수용성이 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선결 조건이 된 지 오래다. 풍력업계는 정부와 지자체가 견지하는 ‘주민 100% 동의’가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가장 우선 해결해야 할 수용성 문제를 아무 기준도 마련해주지 않고 사업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A 제조업체 대표는 “연구·개발한 풍력터빈 1기를 실증하기 위해 해역을 단기간 임대하려 해도 지자체 인허가를 획득하기 위해선 인근 마을 주민 전체 동의가 필요하다”며 “연구에 협력한 지역 대학교 대학원생들이 동의를 구하기 위해 주말에 주민이 있는 당구장까지 따라가 서명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개인 사유재산과 관련해 민감한 이슈인 재개발사업도 주민동의 3분의 2 또는 75% 찬성이 원칙”이라며 “이후 반대 측 사람들을 끌어안고 합리적인 보상과 지원을 병행하는 게 맞는데 유독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주민 100% 동의가 인허가 조건이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 편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주민 중 95% 동의를 받았을 경우 이는 주민수용성 측면에서 성공인가 실패인가. 정부가 답해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B 개발업체 관계자는 “사유지에 건물을 지을 때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지만, 완전히 못 짓게 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일조권이 문제가 돼 일부 외관과 디자인을 수정할 수 있지만 이처럼 일부 소수 주민 반대로 사유지에 건물을 못 짓게 하는 게 헌법상 가능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C 개발업체 관계자는 “철학적으로 풍력 자원의 특성을 생각해보자. 지역과 주민을 위한 지원사업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소위 땅 파서 사업하는 게 아닌 이상 비합리적인 지원은 어렵다는 얘기다. 가령 제주는 풍력 자원을 ‘공공재’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술 개발과 단지 조성, 주기기 선정, 인허가 획득 등 사업자 노력도 ‘공공재’로 볼 수 있나. 바람은 그냥 두면 바람이다. 아무 자원도 되지 않는다. 투자 없이 이익을 거둬갈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제주에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추진 의사를 가진 사업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유지에 건물을 지을 때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지만, 완전히 못 짓게 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일조권이 문제가 돼 일부 외관과 디자인을 수정할 수 있지만 이처럼 일부 소수 주민 반대로 사유지에 건물을 못 짓게 하는 사례가 헌법상 가능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풍력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상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뚜렷한 기준을 마련치 않는 이상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현재처럼 ‘100% 주민동의’가 조건이면 찬성하는 주민도 일단 자기 이익을 위해 반대하고 볼 것”이라면서 "머리 좋은 정부 관계자들이 돈 투입하고 개발해보라"며 비난의 날을 세웠다.

이어 “정부가 도입하려는 계획입지 역시 선제적으로 입지를 구매해 RPS(신재생공급의무화제도) 가 아닌 FIT(발전차액지원제도) 방식의 저가입찰 등을 통해 가장 싸면서 적합한 사업자를 찾는 방식이 맞다”며 “현재 입지 지정만 하고 지자체에 결정을 맡기는 건 현재처럼 사업자에게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라는 뜻과 같다. 이는 계획입지 본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지자체장 및 지역정책 변경 시 일관성 부분에서 취약점을 드러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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