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석탄발전 정책으로 기후변환 대응 불가능...석탄 발전 줄여야
노후 원전에 쌓인 사용후 핵연료 처분 못하면 원전 가동 못할 수도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여당 내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일부 궤도 수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고 있다.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오던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논란의 불을 지핀 것은 송영길 의원(민주당)이다.

송 의원은 11일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개최한 ‘원자력계 신년인사회’ 초청강연에서 “노후 원전과 화력발전소는 중단하되 신한울 3·4호기 공사는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원전 1기는 약 50억달러에 달해 수출 시 중형차 25만대나 스마트폰 500만대 수출 효과가 있다”며 “특히 석탄화력을 LNG(액화천연가스)화력으로 바꾸려면 비용도 들지만,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노후 화력을 빨리 대체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오던 신고리 5·6호기를 끝으로 신규원전 건설은 없다는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반면 원자력계에선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끝나면 국내 원전산업은 망가질 수밖에 없는 만큼 기존 원전의 안정적인 운영과 사우디 원전 수주까지 원전의 서플라이 체인(기자재 공급망) 유지를 위해선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특히 이날은 범국민 서명운동본부가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 온·오프라인 서명 목표인원 20만 명을 돌파해 청와대에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연 날이다. 서명운동이 예상보다 빠르게 목표 인원을 확보한 것은 물론 여당의 핵심 의원이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주장하고 나선 만큼 원자력계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몰이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당 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전환산업육성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송영길 의원의 신한울 원전 발언은 시대의 변화를 잘못 읽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야당과 원자력계는 마치 가동 중인 멀쩡한 원전을 중단하는 것처럼 호도하며, 에너지전환 정책이 매우 급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문재인정부에서 원전 4기가 늘어나게 되는데 그럼에도 원자력 산업보호를 위해 ‘장기적으로 소프트랜딩(연착륙)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그의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노후 화력을 대체하기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발언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에너지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 대한 투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과 화력발전에 의지하는 것은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에너지쇄국정책”이라고 밝혔다.

신한울 3・4호기 매몰비용만 5000억원 이상

월성원전 등 노후원전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난관

송 의원이 주장한 공정의 30% 가까이 진행한 신한울 3·4호기는 건설하고 CO2(이산화탄소)를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로 하고 사용후 핵연료의 포화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노후 석탄과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 현실적인 정책이란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있었다.

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했을 경우 한수원이 배상해야 할 매몰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신한울 3·4호기는 부지매입 단계인 다른 신규 원전 사업과 달리 주기기 사전제작에 들어가고,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하는 등 사업이 진행됐다.

원자력발전소의 핵심기기인 원자로용기·증기발생기, 원자로냉각재펌프, 계측제어설비(MMIS), 터빈발전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은 2022년 12월 준공예정인 신한울 3호기 건설일정에 맞춰 2015년 11월 신한울 3·4호기의 주기기 사전 제작에 들어갔다. 국내 대표적인 법무법인인 광장과 태평양의 검토에 따르면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고려할 때 두 곳 중 한 곳에 쏟아부어야 할 매몰 비용만 해도 한수원과 두산중공업의 추산액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3229억~4926억원에 달한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충분히 고려할 사항이다. 2018년 6월 기준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의 포화율이 월성원전 88.3%, 한울원전 77.4%, 고리원전 76.6%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성원전은 현 추세대로라면 2021년쯤 완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수로를 사용하는 월성원전은 사용후핵연료 처분이 발등의 불이다.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2016년 7월에 세워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상 2019년에 완전 포화될 전망이었지만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등으로 포화시기가 1~2년 연장됐다. 월성원전은 저장시설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2022년쯤부터는 원전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표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18년 6월 기준)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온실가스 감축 이행 위해 석탄 비중 ↓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에너지정책의 한 축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당사국 총회에서 2020년 이후 적용될 온실가스 합의문에 서명했다. 정부는 자발적 감축공약(INDC)을 통해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의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했다. 하지만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석탄발전 용량은 2017년 36.9GW에서 2030년 39.9GW로 증가한다. 석탄화력이 늘어나는 이상 값싼 발전기를 우선 가동해야 하는 현행 전력시장 체제에서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 등의 정책 목표 달성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온실가스 로드맵 수정안을 보면 전체 감축분 5억7430만t에서 전환부문(발전부문)은 3400만t을 감축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석탄발전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25년까지 노후석탄 10곳을 폐지할 계획이지만, 신규로 진입하는 석탄이 많아 되레 석탄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전문가들은 ‘감축 목표치가 석탄화력발전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한 것인지 의문’이란 의견이다.

현실적으로 목표 달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원자력이다. 특히 신한울 3·4호기는 호기당 발전설비 용량이 140만kW에 달한다. 1990년대에 준공한 20기의 석탄(설비용량 10GW)에서 발생하는 오염배출량에 대해 우려가 있는 만큼, 일부라도 원전으로 대체할 경우 경제성과 환경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이 지난 2017년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에 준공한 20기의 석탄발전의 경우 오염물질배출량 설계가 SOx 150ppm, NOx 50ppm으로 돼있다. 이는 최신 설비라 할 수 있는 영흥 3·4호기 SOx 20ppm, NOx 15ppm의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미세먼지는 물론 CO2 배출이 많은 석탄발전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더 이상은 안 된다는 흐름을 감안하더라도 석탄정책에 대한 논의는 필요한 상황이다. OECD 국가를 중심으로 석탄화력을 퇴출하겠다는 정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은 2025년까지 실질적으로 석탄화력 폐쇄를 밝혔으며 캐나다는 2030년까지, 프랑스는 2023년까지 폐쇄를 발표했다. 지난 11일 송영길 의원의 발언도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생각한 현실적인 고민일 수 있다.

국회에선 이미 석탄발전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법에 석탄발전량을 감축할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낼 필요가 있다”며 “환경과 국민안전 등을 이유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발전소의 허가 취소도 검토가 필요해 보이는데 독일처럼 운영 중인 발전소(석탄)가 가동을 멈추거나 허가를 취소할 경우 이를 보상해주는 법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