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재고 손실 및 정제마진 악화…수출 부진까지
‘화학 아닌 화학’ 키워드 부상…신동빈 “모든 걸 다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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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공장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무술년 2018년은 해가 바뀐 2019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발표가 남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늘 그러했듯 희망의 메시지로 올해를 시작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업황 부진 현상이 4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될 전망이다.

유화 업계의 주름살은 우선 국제유가 하락에 원인이 있다. 재고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고 손실은 원유를 구매한 시점과 정유 제품을 판매하는 시점의 가격 차이로 발생하는 손해다. 보관하고 있는 원유의 가치가 낮아지면서 완제품의 가격도 낮게 책정되는 악순환이다.

업계는 4분기 부진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정제마진까지 내림세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로 잡힌다. 하지만 최근 정제마진은 2달러대까지 급격히 하락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수송비 등을 뺀 이익이다.

수출 부진 현상도 진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수출 실적에 따르면 전년(201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5억8000만달러) 감소한 484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석유화학의 부진이 한 몫을 차지한다. 유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감소한 38억5400만달러에 그쳤다. 감소율이 평균의 5배 이상이다.

수출 부진 현상은 2019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화 업계의 주력 상품인 에틸렌도 가격 약세에 돌입했다. 3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에틸렌 가격은 t당 800달러대다. 불과 5개월 전인 2018년 7월에는 1300달러대를 기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 같은 현상은 업계 다각화 흐름을 더욱 촉진한다. 기초화학 일변도의 경영으로는 불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도래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업계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쌓았던 롯데케미칼은 수위를 다투는 맞수 LG화학과의 3분기 경쟁에서 판정패했다. LG화학이 배터리·바이오 부문에서 기초화학 부진을 만회하는 데 성공한 것과 대조적으로 롯데케미칼은 다각화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의 절박한 심정은 그룹총수의 신년 메시지에서도 드러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비즈니스 전환(Business Transformation)’을 언급했다.

신 회장은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비전을 수립했다”며 “이제 새로운 비전에 맞춰 구체적인 성장전략과 실행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생존’이라는 단어까지 쓰면서 “우리 그룹의 생존은 이러한 혁신의 성공적인 실행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신 회장의 이 같은 메시지는 그룹 전체를 포괄한다. 하지만 그가 표방하는 ‘뉴롯데’의 핵심 사업이 석유화학업이라는 측면에서 변화의 주체도 롯데케미칼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한편 국제유가는 2일(현지시간) 새해 첫 거래에서 상승세로 출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에 가격 강세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는 지난해 12월 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일 120만 배럴의 감산에 합의한 바 있다. 감산 기간은 연초부터 6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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