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공사 협력업체 뿐 아니라 총가 공사까지 규모 커져
실적신고 못하고 경영상태평가 불이익 등 피해 확대 전망

한전의 공사비 미지급 문제로 배전공사 뿐 아니라 총가공사에서까지 많게는 수십억원의 공사비를 정산 받지 못한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단순히 공사비만 받지 못하는 게 아니라 실적 신고와 경영상태평가 불이익 등으로 인해 내년 발주되는 공사의 입찰 참가에도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늘어날 전망이다.

13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전이 경영난을 이유로 전기공사업체의 공사비 지급을 미루고 있어 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이 나오고 있다. 공사를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준공처리 지연 등으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는 것.

전기공사협회가 한전 배전공사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협력업체당 약 6억원 수준의 미수령액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에 따르면 협력회사 미지급액은 약 1600억원 가량으로 조사됐다.

배전단가 협력업체 뿐 아니라 총가 공사를 맡았던 전기공사업체들의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공사업계에서는 적게는 수억원부터 시작해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공사비를 정산 받지 못했다는 업체들이 나타나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총가 공사의 경우 배전단가와 비교할 때 공사금액이 큰 사업이 많기 때문에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피해 규모를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총가 분야에서 한전이 미지급한 금액만 전국적으로 5000억원은 족히 넘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전의 공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기이한 구조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전기공사업체 대부분이 중소 규모의 기업들이다보니 1억~2억원의 미수금만 발생해도 경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 공사를 30여년째 수주하고 있는데 올해처럼 심각한 상황은 처음”이라며 “공사를 거의 다 마치고도 자재 지입처리가 안돼 준공이 안되고, 세금계산서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전의 공사비 미지급을 피하기 위한 꼼수의 피해를 업계가 온전히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피해는 단순히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자재비와 인건비 등 비용은 적지 않게 발생하는데, 공사비를 받지 못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사를 마쳤는데도 실적 신고를 못해 한전은 물론 기타 발주처의 입찰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 입찰시 요구하는 실적기준을 맞추기 어려워지는 업체가 생길 뿐 아니라, 적격심사 시 경영평가에서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탓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

공사비를 제때 지급하기 어렵다면 우선 세금계산서라도 발행할 수 있도록 해, 실적이라도 신고하게 해달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업계에는 일부 업체가 한전을 대상으로 한 공사비 지급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실정이다.

한전의 총가공사를 주로 수주하고 있는 한 전기공사업체 관계자는 “총가공사 쪽에서도 심각할 정도로 공사비 미지급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업체의 경영상태를 악화시키고 입찰 준비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며 “한전이 한시바삐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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