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인건비 부담으로 2인 1조 어려워'
발전정비 노동자 정규직화 '수면위로'

지난 11일 오전 3시 23분, 태안화력에서 협력업체 직원 김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24세 꽃다운 나이였다.

김 씨는 서부발전 소속이 아닌 한국발전기술 소속이었다. 한국발전기술은 서부발전으로부터 태안화력 9, 10호기에서 석탄취급설비 운전을 위탁받은 회사다.

김 씨는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업무를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변을 당했다.

사고 이후 ‘사측에서 2인 1조 근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리고 이 지적은 ‘발전정비 노동자의 정규직화’ 주장으로 이어졌다.

▲‘2인 1조’ 강제 규정 없어…인건비 문제로 쉽지 않은 상황

현장에서는 설비 운전을 담당하는 근로자가 1인 1조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에서 2인 1조를 강제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김 씨의 경우처럼 1인 1조 근무가 일반적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관계자도 “(2인 1조 근무가)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며 “한국발전기술 사내규정으로 정해져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발전기술은 경찰 조사에서 ‘2인 1조 근무가 원칙이지만 인력수급 문제 때문에 1인 1조 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2인 1조 근무 규정이 사내규정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소재를 가려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인 1조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2인 1조 근무가 이뤄진다면 사고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겠지만, 인건비가 두 배로 들기 때문이다.

▲발전정비 노동자 정규직화…가이드라인 깜깜무소식

김 씨의 사망은 발전정비 노동자 정규직화 문제에도 불을 댕겼다.

민주노총은 지난 11일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지난 5월 법무법인 태평양이 발표한 법률자문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발전공기업이 정비인력을 직접 고용 시 민간 정비회사는 핵심인력을 잃게 되는데,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

현재 정부가 발전정비 분야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20년이 넘도록 진행돼 온 발전정비 경쟁 도입 정책과 상충하면서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발전정비 경쟁 도입 정책도 2단계 경쟁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져야 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정책과 부딪히면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결국 발전정비 노동자 정규직화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올해 안에 발표하기로 약속한 ‘민간위탁 근로자 정규직화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올해 안에 발표한다는 계획만 있을 뿐 아직까지도 발표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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