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누진제 완화부터 유지・보완, 폐지 포함
내년 무더위 전까지 최종 개선안 마련 방침

직장인 A씨는 최근 휴대폰 전문 매장을 찾아 최신 휴대폰을 거의 공짜로 교체했다. 최신기기를 공짜로 교체할 수 있었던 것은 통신회사에서 제공하는 요금제도를 활용해서다.

A씨는 S통신사의 월정액 7만9000짜리 요금제도를 선택했다. 비싼 요금제도인 만큼 기기값 할인이 컸다. 이 요금제도를 선택한 것은 데이터 부담없이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고, 또 파손 손실 보험 등 부가서비스도 많았기 때문이다. A씨는 휴대폰 사용 패턴을 분석했을 때 다소 비싸더라도 장점이 많은 요금제를 골랐다고 자부했다. 통신사의 경우 휴대폰 사용자의 사용패턴에 맞는 다양한 요금제도를 설계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처럼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도 소비 패턴을 분석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힌 다양한 요금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직은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다. 한전이 정한 주택용 전기요금에 따라 사용량 만큼 요금을 내는 구조다. 여기에 일정량 이상(월 400kW) 사용하면 누진제가 적용된다. 전기요금 누진제도는 매년 여름만 되면 홍역을 치렀다. 폭염에 따른 냉방수요 급증으로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전기수요가 증가했다. 정부는 2017년 12월 누진제도를 완화했지만, 올 여름 또 한번 홍역을 치르면서 누진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에 나섰다.

정부는 누진제도를 개편하면서 누진제 완화, 누진제 유지·보완은 물론 누진제 폐지까지 포함해 내년 본격적인 무더위 전에 최종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누진제도 개편과 함께 다양한 선택요금제도 논의해야

1974년 12월에 처음 도입된 누진제도는 전기가 부족한 당시 전기절약을 통해 수요를 줄 일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징벌적 차별요금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누진제도를 놓고는 찬반이 팽팽하다. 45년 동안 가정의 전력 수요증가 억제에 큰 역할을 한 누진제도는 주택의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전기소비 패턴의 변화에 따라 역사속으로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와 누진제도는 보편적 전기요금 할인제도인 만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한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지난 여름 홍역을 치르면서 누진제도는 이제 구간을 완화하고 할인폭을 넓혀도 국민들의 불만이 지속될 것이므로 누진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선택 요금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말한다.

사실 주택용 전기요금의 선택용 도입은 소비자의 선택권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해볼 만한 제도다. 이미 각국의 전력회사들은 선택요금제도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표 참조>

한전도 누진제도만 고집하지 않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요금제도에 대해 고민 중인 이유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주택용 누진제 개편과 발맞춰 현행 누진제, 누진제 완화, 단일요금제도 (누진제 폐지) TOU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 등 다양한 요금제도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전력회사들은 누진제도를 기본으로 TOU요금제도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도 기술적으로 누진제도 기반의 TOU요금제도를 도입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한달 전기사용량이 200kW 미만인 가정의 경우 현재의 누진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200kW 미만 사용자는 기본요금이 910원에 전력량 요금이 93.3원/kWh으로 주택용 판매단가인 평균인 108.50원 /kWh 보다 저렴하다. 반대로 여름철 에어컨과 겨울철 온풍기 사용이 많은 가정의 경우 전체적인 기본요금을 높이면서 사용량 요금을 낮추는 요금제 도입이 가능하다. 설계 방법에 따라 각 가정의 수요패턴을 분석해 요금제를 선택할 경우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물론 가정에서 수요관리가 가능해질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요금제를 도입하는데 있어 걸림돌도 있다. 공동주택의 경우 고압 단일계약 방식이 많다. 각 가정의 계량기를 검침하는 것이 아니라 한전과 아파트 전체가 통합 1건 계약을 하고 있다. 세대별 검침은 아파트 단지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다. 개별세대가 한전과 1대1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반면 AMI 보급된 일반 주택의 경우 한전과 일대일 계약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AMI보급 속도에 따라 가정의 TOU요금제 확대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누진제도를 완화 또는 폐지할 경우 현재 13.6% 수준인 주택용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여름 폭염으로 인해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7월 8일부터 8월 7일까지 한달간 가구당 전기 사용량이 평균 93kWh 증가했다.

홍준희 가천대 교수는 “누진제도는 보편적 전기요금 할인제도 이면서 소비억제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가정에서 전기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나쁘거나 막을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