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블랙 노벰버(November)’…다만 봄날은 간다?

문재인 정부가 유류세 15% 인하 조치를 내렸습니다. 10년 만의 희소식이죠. 차를 모는 모든 분들에게 단비가 내린 셈입니다.

기름값은 항상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만 사실 오름세만 눈에 보입니다. 내림세는 피부로 와닿지 않습니다. 어쨌든 보름이 지난 현시점에서 기름값은 참 많이 내렸습니다.

국제유가도 하락세입니다. 21일 기준(한국시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3.77달러 하락한 53.43달러입니다. 런던거래소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4.26달러 내려간 62.5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중동 두바이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0.66달러 떨어진 65.51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옹호 발언 덕분입니다.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도 불구하고 추가 제재를 하지 않겠다면서 美-사우디 동맹을 확인했습니다. 정작 CIA는 카슈끄지 사건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개입이 있었다고 결론을 냈다는데…

어쨌든 기름값이 내려가니 차를 운전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소식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봄날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국제유가는 국제정세에 민감합니다. 중동發 정세는 아직 불안정합니다. OPEC(석유 수출국 기구)은 원유 감산(減産)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 유가가 오름세를 탄 것도 사우디가 국제사회의 카슈끄지 사건 비난론에 ‘감산 엄포’를 놓았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치열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이란은 수출길이 상당수 막혔습니다. 의도치 않게 감산하는 셈입니다. 물론 대한민국은 대(對)이란 무역 제재 예외국이라 한숨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180일 한정입니다.

즉 6개월 지나면 이란산 원유 수입은 막히는 셈입니다. 공교롭게도 유류세 15% 인하 조치도 6개월 후에 끝납니다. 이러나저러나 기름값은 다시 오를 것입니다.

유가 흐름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사우디, 이란, OPEC, 러시아… 모두 대한민국이 전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변수는 아닙니다. 철저한 ‘종속 변수’ 논리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대한민국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매의 눈’을 뜨고 국제정세를 냉철하게 파악해 가장 적절한 정책을 내놓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기름값으로 인해 서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이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기름값 외에도 민생을 위협하는 요소는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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