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시장에서 규제기관 강화는 ‘옥상옥’
전력시장 개방하고 참여자 경쟁구도 만들어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전 집무실에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의 권고안을 제출 받고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전 집무실에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의 권고안을 제출 받고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제3차에너지기본계획 시리즈

(1)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치 왜 확정 못 했나

(2) 온실가스·미세먼지 배출 저감 목표는 전력 믹스 반영했나

(3) 에너지 세제 개편, 비용 간섭 없는 독립 기구 생길까

에너지 시장의 불투명·불공정은 한국 전력 시장의 맹점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키워드다. 전력거래 가격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있다. 전력 시장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이 2001년 19개에서 올해 5월 2128개로 100배 넘게 늘면서다. 가까운 미래에는 전력 판매 시장 참여자 역시 다양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흐름에 맞춰 올해 말까지 제3차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 밀실에서 이뤄지는 가격 결정 개선될까

이번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에서 민·학·연 전문가가 모인 워킹그룹은 ‘에너지 부문 선진화를 위한 거버넌스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력시장과 전력계통 운영에 대한 감시를 담당하는 전기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을 확대하고, 위원을 구성할 때 독립성을 강화해야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전기요금 산정 시 객관성과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간 전력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절차의 불투명성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다. 정산조정계수가 대표적이다. 정산조정계수는 전력거래소의 비용평가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되지만 안건 의결 과정은 공개되지 않는다. 어떤 근거로 정산조정계수를 결정하는지 외부인들은 알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정산조정계수가 한전과 한전 발전자회사의 수익 안정화를 위한 장치가 아니냐는 의혹제기가 이어졌다. 정산조정계수는 본래 원전·석탄과 같은 기저발전원의 과도한 수익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됐다.

민간발전업계에서는 정산조정계수에 따른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한 민간 발전사 관계자는 “발전 공기업은 정산조정계수를 통해 수익을 보전 받지만, 민간 LNG 발전사업자는 고정비 회수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올해 3월 정산조정계수 제도 개편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 산정기준에 대한 수정 사항을 논의 중이다.

◆ 전력시장 개방 이뤄져야만 규제기관 독립성 강화 효과 나타날 것

하지만 한전이 판매시장을 독점한 현 체제 아래서 규제 기구의 독립성 강화가 곧 비용 산정의 객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전기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나 새 규제기관 설립이 전력 거래 비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독점 시장에서 규제 기관의 강화는 옥상옥(屋上屋)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력시장 개방이 병행될 때에야 규제기관의 독립성 강화도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전력 단가를 정부가 규제하는 상황에서 규제기관의 독립성이 완전히 보장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근본적인 개선책은 시장 개방으로 자유롭게 참여자들이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규제하는 독립 기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석 위원은 “금융감독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처럼, 전력 부문에서도 전문화된 규제기관이 필요하다”며 “영국의 오프잼(Ofgem)처럼 규제기관이 산업의 하위 정책으로 운영되는게 아니라 전문화된 규제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프잼은 영국 전력산업의 규제기관이다. 시장에서 플레이어들은 경쟁을 하고 오프잼은 사업자들의 경쟁 촉진 규제와 소비자 보호, 독점부문 규제 등을 맡는다. 소요되는 예산을 전력업체들이 지불하는 연간 면허료로부터 충당해 정부로부터 독립된 성향을 갖는다. 미국의 연방에너지위원회(FERC) 역시 미국 행정부의 감독을 받지 않는다. 대통령이나 국회도 위원회의 결정을 심사하지 않아 독립성이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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