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물’ 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 고배…“업황에 장사 없어”

올해 3분기 화학업계 성패의 키워드는 ‘다각화’다. 다각화를 추진한 기업은 실적 대박을 기록했다. 한우물만 판 기업은 고배를 마셨다.

3분기 실적 발표가 속속 이뤄지는 가운데 각 기업의 표정에도 온도차가 감지된다.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은 함박웃음을 짓는 반면 롯데케미칼은 울상이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한화케미칼도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의 3분기 성공은 다각화 전략에 기인한다. 기초화학 분야가 부진한 상황에서 다른 분야를 발굴한 결과가 호성적으로 돌아왔다.

기초화학 분야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은 제자리걸음에 머무르는 시장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원료비 지출은 늘어나는데 판매 가격은 그대로니 매출이든 영업이익이든 좋을 수가 없었다.

이 같은 상황은 분기 실적 ‘대박’을 기록한 기업이든 ‘고배’를 마신 기업이든 똑같이 맞닥뜨려야 했다.

하지만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은 기초화학 외에도 각각 전지, 페놀유도체라는 무기가 있었다. 이 무기를 바탕으로 LG화학은 영업이익 6024억 원, 금호석유화학은 영업이익 1515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은 매출액 1조4506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61.4% 증가한 ‘대박’을 터뜨렸다.

LG화학은 업계 수위를 다투는 롯데케미칼에 판정승을 거뒀다.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 5036억 원을 거뒀다.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다각화 대신 한우물을 판 기업은 아쉬운 결과를 맞이했다. 롯데케미칼의 부진은 사업 비중이 기초화학소재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료가격이 올랐으나 제품 가격은 정체되는 바람에 큰 이윤을 창출하지 못했다.

한화케미칼도 오는 13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비관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며 “3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전사(全社)적으로 마음을 비운 모습”이라고 전했다.

한화케미칼도 기초화학 분야에 ‘올인’했다는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업황(業況)에는 장사가 없다”며 “국제적인 흐름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화학경제연구원 김은진 수석연구원은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은 올레핀 계열 제품의 공급이 많기 때문에 미국 ECC 증설 및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하락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석유화학은 한 분야에 올인하는 것보다는 다각화를 통한 위험분산과 수익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다만 당장은 다각화가 어렵기 때문에 이들 기업은 수평적 포트폴리오 확장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메탈로센계 PE(폴리에틸린) 개발이나 C5(혼합펜탄) 등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다운스트림(기초유분을 분해해 만드는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스타이렌모노머(SM)·에틸렌글리콜(EG) 등의 제품을 만드는 공정)으로의 진입을 통한 수직적 포트폴리오 확장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은 앞으로도 기초화학 한우물을 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짓고 있는 에탄크래커(ECC) 공장이 하반기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4조 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건설도 그룹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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