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것들을 표현해내기 위해 신조어를 만들고, 또 사용한다. 사회의 변화를 담아내는 신조어를 엿보면 알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확인할 수 있다. 신조어를 통해 오늘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올인빌: 올인빌(All In Vill)은 마을(Village) 안에서 모든 생활을 해결한다는 의미다. 집 근처에서 먹고, 자고, 사고, 노는 라이프 스타일이자, 집 가까이에 편의시설들이 몰려 있어 원할 때마다 지금 당장 여유롭게 누릴 수 있는 주거환경을 의미한다.

휘소가치: ‘희소가치’에 ‘휘발’이라는 말을 더해 만든 합성어이다. 액체가 기체가 돼 날아가는 것에 비유해 희소가치가 금세 사라진다는 뜻을 가진다. 요즘의 소비 트렌드는 잠시 잠깐의 만족과 쾌락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경향을 의미하는데, 이를 휘발성 소비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트렌드는 사람마다 휘소가치가 다르고 그것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누군가는 커피가, 다른 누군가는 피규어가 휘소가치를 가진다.

베그패커(begpacker): 배그패커란 구걸을 통해 여행비를 버는 사람을 말한다. ‘구걸하다’는 뜻의 ‘beg'와 배낭여행객을 의미하는 ’backpaker'의 합성어다. 국내 지역도시 관광지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 볼 수 있다. 보통 이들은 구걸하는 행위를 비롯해 여행하며 찍은 사진이나 자신이 만들었다는 액세서리 등을 팔기도 한다. 또 음악을 연주하거나 노래하면서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주로 유럽, 북미 등의 서양인들이 많으며, 여행지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권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빌런: 빌런은 무언가에 직찹하거나 평범한 사람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괴짜를 일컫는 말이다. 고대 로마의 농장 ‘빌라(villa)’에서 일하는 농민들을 가리키는 라틴어 ‘빌라누스(villanus)’에서 유래된 말이다. 빌라누스들이 차별과 곤궁에 시달리다 결국 상인과 귀족들의 재산을 약탈하고 폭력을 휘두르게 됐다는 이야기 전해지며, 의미가 확장돼 창작물 등에서는 빌런을 ‘악당’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됐다. 최근에는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특이한 행동을 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의미로 확장됐다.

살코기세대: 살코기 세대란 기름기를 쫙 뺀 살코기처럼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최소화한 2030세대를 일컫는 신조어다. 이들은 인간관계를 맺더라도 서로에게 필요한 것 이상은 주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기성세대는 이런 현상을 N포 세대의 슬픈 현실이라고 말하지만 이들은 타인과 갚은 관계를 맺는 것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항변한다. 일본에서는 살코기 세대를 넘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끊는 언택트(untact)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실버 민주주의(silver democracy): 실버민주주의는 60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점차 증가하면서, 정치권이 노인계층을 중시하는 공약과 정책에 치중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실제로 주요 선진국들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나이든 유권자들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고령자들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탈퇴)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실버 민주주의의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통계청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전체 유권자 4200만명 중 실버세대로 분류되는 60대 이상 인구는 1000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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